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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2

[2024 봄이 오는 오키나와] 여전히 봄, 오키나와 오롯하게 남은 오키나와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었으나, 여러모로 피로가 쌓여 온 몸이 무거웠다. 피로의 삼 분의 일은 숙취, 나머지는 여독인 것 같았다. 이제 아무리 좋아도 집 떠난 고생이 몸에 켜켜히 쌓이는 나이가 된 것인지. 한 시간은 더 느지막히 자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어 오전을 각자 보내기로 하고 먼저 일어난 짝궁을 먼저 내보냈다. 떠나려니 그저 화창한 날의 연속이다. 호텔에서 나와 지난 며칠 익숙해진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의 골목으로 꺾었다. 오전 출근길의 소란스러움과 분주함이 한 차례 지나갔을 화요일의 늦은 오전. 상가 아케이드를 천천히 구경하며 적당히 걸었다. 적당히 검색해놓은 카페를 목적지로 삼고 걷다가 막 점심 장사를 시작한 작은 이탈리안 가게에 1인 런치 코스 메뉴가 있는 것을 보고 경.. 2024. 9. 19.
[2024 봄이 오는 오키나와] 류큐와 나하 시내 쇼핑몰로 렌터카를 반납하였다. 공항 지점에서 차를 빌릴 때 반납 장소 바로 옆에 있는 주유소는 굉장히 비싸니 시간을 넉넉히 두고 꼭 다른 데서 주유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언뜻 지나가면서 보니 기름값 표지도 가려져있었다(무서운 곳). 차를 반납하고 나하의 모노레일, 유이레일을 타러.  슈리성으로. 지난 며칠 들렸던 세 개 성의 권력이 스러지고, 이 섬 위에 새롭게 번영한 류큐왕국의 수도성인가. 서울 광화문의 편평한 수평의 땅에 세워진 경복궁이 아니라, 이처럼 모든 걸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자리잡은 성을 볼 때마다 낯설다. 돌로 지은 성벽인데 곡선이 많았고, 검은 돌과 대조적인 붉은 색이 곳곳에 두드러졌다.  슈리성 안 쪽에 이르러 입장권을 사야했는데 막상 사서 들어가니 가장 메인 건물 주.. 2024. 9. 7.
[2024 봄이 오는 오키나와] 나하 그리고 마지막 드라이브 나가구스쿠 성 역시 문을 닫을 즈음 내려와 여행의 마지막 3박4일을 묵을 나하의 호텔에 도착하였다. 숙소 위치 최고, 시설 최고 (물론 가장 낮은 방이 아닌 하나 높은 방을 예약하여 조금 넓었다). 그리고 숙박요금에 포함되지 않은 주차비는 비쌈. 꽤 오래 집을 떠나 돌아다니고 있다는게, 그리고 제법 길었던 여행의 끝자락이라는게 은근하게 쌓인 몸의 피로감으로도, 그리고 빨랫감으로도 실감이 되었다. 출발 전 계획했던대로 호텔의 런드리룸에 최소한의 세탁을 돌려놓고 저녁을 먹고 오기로. (세탁건조 일체형 만만세) 처음 방문한 식당은 예약이 다 차서 워크인으로는 식사 불가. 괜찮아, 오키나와 또 올거거든. 서점을 가자니 백화점 윗층에 서점이 있어서 서점과 타워레코드, 그리고 겸사겸사 백화점을 찬찬히 돌아내려오며 .. 2024. 7. 13.
[2024 봄이 오는 오키나와] 오키나와 중부 : 세상의 모든 파란 물감 이시가키섬에서 읽기 시작하여 북부 마지막날 밤에 덮은 소설이 있었다. 엄청 고자극의 소설이라 정신없이 읽었지만 결말까지 뭐가 없어서 약간 분노. 무튼 북부 마지막날 저녁/밤 시간을 독차지했던 책을 털어내자 이제 밑으로, 정말 홀가분하게 나하로 내려 돌아가는 날. 여행의 새로운 구간이자 마지막 구간에 들어섰다는 걸 알려주듯 가장 맑은 하늘이었다. 올라올 때와 달리 동부의 도로를 달렸는데 확실히 이 섬의 허리에 미군이 있구나를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군기지의 희거나 회색의 높은 담장과 철조망. 건장한 모습으로 달리는 군인들.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러 들린 브런치 카페의 메뉴판은 영어 뿐이고, 모든 테이블에 1명 이상의 백인. 만화 으로 오키나와를 처음 알고, 가장 최근에 본 오키나와가 배경인 콘텐츠가 일드 .. 2024. 5. 21.
[2024 봄이 오는 오키나와] 오키나와 북부: 부서지기 이번 오키나와 여행을 요약하라면 { 이시가키 - 오키나와 북부 - 나하 } 또는 { 등대 - 성 - 맥주 } 또는 { 바람 / 바다 / 도로 }. 오키나와 본섬으로 돌아와 여행의 두번째 구간에 들어섰다. 이시가키에서 오전 비행기를 타고 나하 공항으로 돌아왔다. 나하 공항에서 아주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도요타 렌트카 셔틀을 타고 거의 강남 운전면허시험장만한 렌트카 사무소에 들려 차를 빌렸다. 와 1차선이 아니라 무려 4차선이라니, 사람이 이렇게 복작이다니, 건물이 높다니, '와 도시로 왔네' 하며 농담을 했다. 이시가키에 머무는 내내 날이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고, 여기저기 넓은 사탕수수 밭이 있어 독일에서 지냈던 기숙사 옆 들판이 자주 생각났었다, 그 때의 우울함도 약간. 오키나와 본섬은 여행의 새 .. 2024. 5. 6.
[2024 봄이 오는 오키나와] 이시가키② 바람과 바다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4. 25.
[2024 봄이 오는 오키나와] 이시가키① 섬의 섬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3. 24.
[2023 가을 일본 북큐슈 여행] Day 04_후쿠오카 ②저녁술 저녁은 반려인이 찾아놓은 아주 작은 사케바. 약간 충정아파트st의 너무 낡은 건물의 2층이어서 이거 위생적으로 괜찮은 바가 맞을까 걱정하며 이층을 올랐는데, 왠걸 좁지만 화장실까지 너무 깨끗한(중요&감동) 작은 가게였다. 그런데 안주가 적절하지 않고 사실 술을 "고르기"에 어려운 가게였다. 물론 일본어를 못하지만 파파고로 사장님께 여쭤보거나, 또는 사케의 도수, 도정수준, 매운맛 표기가 있다면 적당히 골라보았을텐데 그럴 수 없어 조금 슬펐다. 나름 고른 잔술은 맛있었는데, 이게 이번 우리 여행의 마지막 술집이다? - 라고 하기엔 왠지 석연치 않은 마음. 왜냐면 마지막 술집이니 제법 취해서 한들한들 걸어가기에 부담없으려고 숙소에서 가까운 곳으로 고른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뭔가 아쉬워! (가게는.. 2023. 10. 26.
[2023 가을 일본 북큐슈 여행] Day 04_후쿠오카 ①낮술 하나무라에서 체크아웃하고 구로카와 온천마을 앞 정류소에 가니 모두 저마다의 료칸에서 어젯밤을 보낸 (한국)사람들이 각각의 료칸 셔틀을 타고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다. 추석 연휴 갑자기 잡은 여행이라 부산시만큼 한국어가 많이 들릴 거라 예상했는데 사실 지난 3일은 거의 한국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가, 아 여기 다 계셨구나 싶은 한국인 밀도였다. 우리같은 부부, 아님 2명의 친구, 4명의 친구, 엄마와 딸, 2세대 가족, 3세대 가족까지 정말 다양한 형태의 한국인 가족들이 모여 하나의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 조금 웃겼다. 후쿠오카로 가는 11시 출발 버스에 정말 80% 이상은 한국 사람들이었던 듯. 같은 여행지여도 참 많이 다른 스타일의 여행이었겠구나 조금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버스는 아주 깊은 산과 계곡을 굽이.. 2023.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