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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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일기] 2026.08.31
내가 이 일기를 언제 마무리하려나. 보름을 약간 넘는동안 세 번의 주말과 이틀의 연차와 며칠의 폭풍이 지나간 8월의 하순. 오랜만에 택시 귀가를 할만큼 야근을 해야할 일이 있었다. 약 사흘간의 갑작스럽고 모호하며 자주 바뀌는 무리한 업무지시에 매순간 환장을 하며 어떻게든 일을 끝냈고, 그러느라 못하고 밀린 남은 일을 하나씩 치고 있었다. 금요일 늦은 저녁에 몇 안 남은 사무실에서 마지막으로 오늘 저녁 메일들을 확인하다가, 안될 일을 어떻게든 되게 해놓은 것이 상부에 보고된 방식을 보게 되었고, 그러자 어쩌면 지난 삼 년간 붙잡고 있던 줄이 팽하고 끊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내 마음 속에서 벌어진 내 일인데, 스스로도 좀 놀랐다. 늦은 저녁 긴급호출에 나와준 고마운 U언니와 맥주를 들이키며 많이..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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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시코쿠] 그리운 것들 4 - 밤걷기
사실 고치에는 술을 마시러 갔다. 집 근처 단골 술집이 있었다. 바람이 좋거나 비가 오면, 지치거나 심심하면 가서 한 잔씩 하며 사장님과 노닥거리고, 안주로 늦은 끼니를 챙겼다. "왠지 네 분 잘 맞으실 것 같아요"하며 사장님의 주선으로 다른 단골 부부를 소개받았고, 살며 처음으로(?) 동네 부부동반 친구가 생겼다. 우리 부부보다 훨씬 활동적이고 멋진 경험들을 많이 한 사람들이었고, 여행으로 가본 곳도 참 많았는데, 언젠가 우리에게 고치를 추천해주었다. 일본에서도 술로 유명한, 주당들로 유명한 도시래요, 거기 유명한 시장에 갔더니 대낮부터 이미 잔뜩 술을 마시며 웃고 있던 사람들의 풍경이 생생해요. 도착해서 본 고치는, 과연 술의 도시. 어떤 자료에선 고치가 실제 잔돌리기와 같은 격한 술문화로 유명하다고..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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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시코쿠] 그리운 것들 3 - 봄마중
그러고보면 무로토 바다뿐 아니라 고치에서 머물렀던 나흘이 모두 따뜻하고 온화했던 날들로 기억된다. 아무리 남쪽이고, 볕이 따뜻했다한들 얼굴에 닿는 바람은 차고 쨍한 겨울의 것이었다. 확연한 일교차에 놀랄만큼, 해가 지면 추웠다. 가져간 코트도 그다지 두껍지 않아서 감기 걸리면 어쩌지하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지금와 떠올리면 항상 포근하다. 고치에 도착하여 처음 뺨에 닿은 바람이 이전과 대조적으로 따뜻해서였을지도 모른다. 계획은 전날 인천에서 다카마쓰로 날아와 바로 버스를 타고 고치현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폭설로 인해 출발편이 8시간 가까이 늦어지면서 다카마쓰에 도착했을 땐 늦은 밤이었다. 고치로 넘어갈 수 있는 오늘치 마지막 버스는 이미 떠난지 오래였다. 급하게 예약한 도미토리는 전용 욕실이 있었으..
202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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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시코쿠] 그리운 것들 2
앞서 적은 것처럼 무로토 마켓에서 늦은 요기하기 전까지 오전 내 무로토곶 해변에서 어이없고 즐거운 일들을 많이 했다. 가끔은 그 날 아침으로 똑 떨어져 하루를 다시 누리고 돌아오고 싶다. 상상 속 시간여행을 하며 짝꿍에게 밑도끝도 없이 대뜸 "그 날 거기 좋았는데" 하면 짝꿍이 "어디? 무로토?" 라고 바로 알아준다. 그만큼 귀한 시간으로 동기화되어있다. - 최초의 소금빵이 시코쿠에서 나왔다는 것을 아는가.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에히메현이 원조라고 한다. 무로토로 출발하기 전 혼자만의 아침 산책을 앞두고 급하게 검색했을 땐 분명 고치현이었다. 아직 코끝은 차가운 겨울 아침 맑고 쨍한 천을 따라 소금빵의 원조하는 빵집을 향해 걸었다. 봄기운이 살짝 섞인 듯한 볕에 반짝이는 바다를 옆에 두고 달려 무로토곶에..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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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시코쿠] 그리운 것들
2025년 구정 연휴에 시코쿠 고치현에 다녀왔다. 어느덧 다녀온지 거의 일년 반이 지났으나, 블로그에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그래서인가, 더더욱 자주 그립다. 유난히 자주 생각나는 건, 무로토의 작은 마켓에서 주먹밥을 사서 차안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우물거렸던 것. 아침 차를 빌려 무로토곶을 향해 달렸다. 오전 무로토 지질 공원을 따라 한참을 걷고, 느닷없는 세미-등산을 하여 등대까지 올라갔다가, 무로토 스카이라인을 걸어(!!!) 내려오는 미친 짓을 끝내자 배는 고픈데 마땅히 밥 먹을 곳이 없었다. 해안의 시골은, 2시를 훌쩍 넘긴 늦은 점심을 파는 곳이 없었다. 검색하다 작은 마켓을 찾았다. 따뜻하지만 결코 순하진 않은 바다의 높은 파도가, 아주 가까이 내려치는 주차장에 차를 댔다. 좁은 나무 건물..
20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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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일기] 2026.05.25 - 붙임
(붙임) H님의 감사한 초대로, 뮤지컬 를 보았다. 보기 전까지 극의 깊이에 대한 여러 조언을 바탕으로, 최대한 뇌를 얇게해서 갔다고 해야하나… 진짜 궁금하고, 그래서 초대해주셨을 때 기쁘고 설레는 동시에, 특정 류의 기대는 하지 않도록 미리 유의했다. 내 아저씨의 휴식기에 마음이 공허하던 차에, 그전에도 이미 충분히 보장되었으나 요새 더 절정을 찍고 계신다는 남의 아저씨(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을 보러가자😍 + 수트조끼 입은 안경남들이 많이 나오나보다 신난다 히히🤪 ← 거의 이 수준으로 마음을 부풀려 준비해갔다 (이 자리를 빌려 제 마음가짐이 너무 저급한 수준이었던 것을 고백하며, 죄송합니다, H님). 그런데 마지막에 생각보다 묵직하게 들어오는 사랑과 (자기)화해의 서사에 다소 ..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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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오펀스#펀홈#센티멘탈밸류#르누아르)
4월엔 연극 를 두 번 보았다. 첫번째는 양소민(해롤드) - 문근영(트릿) - 김주연(필립) 배우로 보았고, 두번째는 우현주(해롤드) - 정인지(트릿) - 김주연(필립) 배우로 보았다. 첫번째는 평일 저녁에 Y와 보았고, 울지 않았다. 두번째는 주말 낮에 반려인과 보고, 조금 울고 나왔다. 근영 배우는 트릿은 어른(해롤드)이 생기자, 순식간에 고아(孤兒)가 되었다. 도망치듯 제대로 겪어내지 않았던 ‘아이(兒)’가 되었다. 해롤드의 칭찬을 받는 동생 필립에게 시샘이 나 입을 비죽거리기도 했다. 필립이 할 수 있는 것을 좀처럼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속상해 풀이 죽기도 했다. 첫번째 오펀스는 해롤드의 인정을 둘러싼 두 고아의 이야기였다. 인지 배우가 트릿이었던 두번째 오펀스는, 필립의 인정을 둘러싼 남은 두..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