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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케4

[2024 산인 여행] 겨울밤여행 外 이번 여행 때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하나 사서 갔다. 신혼여행 때 각자 하나씩 들고갔던 이후로 처음. 코닥.거의 8년만에 잡아온 필름카메라는 그 때보다 더 낯설었다, 찍은 것을 바로 볼수도, 지울수도, 수정할수도 없고, 한 장 한 장 손에 단단히 힘을 쥐고 셔터를 눌러야한다는게, 셔터를 누르는 오른쪽 손가락의 힘에 카메라를 받친 왼손이 주저앉으면 안 된다는 게, 늘 빛의 방향을 감각해야한다는게(물론 못해서 실패했다). 이미 찍은 사진은 수평을 조절하지도, 밝기를 키우지도 못한다.그래도 사구에서 찍은 사진들은 어딘가 좋다. 생생하게가 아니라, 그만큼의 지나온 시간, "시차"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전면에 담고 있는 그 오래된 정체성이 좋다. 매끄럽지 않아도 무언가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게. 기억하고 그리워할 수.. 2025. 7. 18.
[2024 산인 여행] 겨울밤여행 08 *아닛 이 여행 포스트가 길어지고 있어서 스스로도 좀 당황스럽다. 열흘 다녀온 오키나와 여행 포스트가 7개인데. 더욱이 해가 짧아 그만큼 짧은 하루를 보냈는걸. 무튼 남은 1.5일을 빠르게 정리하여 끝내보겠다. 작년 내내 여러모로 삶에 시달렸고 - 그리고 이렇게 갖가지 어려운 상황이 몰릴수록, 상황이나 바깥과의 싸움보다는 결국 나 스스로와의 싸움이 된다 - 모두가 겨울잠의 템포로 속도를 늦추기 시작하던 12월 초 여행이었기에, 나 역시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지않고 숙소에서 쉬는 날을 꼭 넣겠다고 선언했다. 예상보다 운전이 길었고, 또 중간에 어이없는 새벽잠이 있었던만큼 적절한 일정계획이 되어버렸다. 푸지게 늦잠을 자겠다 다짐했건만 너무 늦지 않은 아침에 눈이 떠졌다. 그래서 짝궁의 렌터카 반납에 따라 나섰.. 2025. 7. 18.
[2024 산인 여행] 겨울밤여행 N/A 반 년 넘은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많은 정치사회적 변화가 있었음에도 막상 놀고 먹는 여행 기록의 한가운데 지난 내란 사태를 쓰려니 조심스럽다. 허허 하고 자조적인 웃음을 섞어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쓸 수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가볍게 느껴질만한 것은 제하고 싶다. 무튼 그렇게 조심스럽게 쓰자면. 십 년 넘게 궁금하고 가보고 싶었던 돗토리 사구에 다녀와 마음에 드는 안락한 숙소에서 첫날밤을 약간의 달뜨고 헛헛한 기분의 맥주로 축이던 와중 모국에 계엄이 터졌다. 그건 정말이지, 직접 쓰기에 너무 어색한 고국, 모국, 조국 등의 단어를 떠올리며, 내 '국적'이라는 것, 여권의 쓰임에 대해 피부 밑으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일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자유롭게 해외여행이 가능했던 시절과 나라에 태어나 세계화의 .. 2025. 7. 1.
[2024 산인 여행] 겨울밤여행 05 상상해왔던 것보다 훨씬 드넓었고(애초에 조금 큰 해변 정도의 상상이 크게 잘못되었다), 모래가 섞인 바닷바람은 정신 없었으며, 정말 좋아해온 만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잔잔하게 그러나 꽤 오래 바라왔던 곳에 드디어 와봤다는 사실 등등으로 꽤 벅차고 어쩐히 멍한 상태였다. 좋았다는 뜻이다. 떠나기 아쉬웠고. 그래서 작은 기념품을 꼭 사서 가지고 가고 싶었는데, 이것이 돗토리인지 이집트인지 알 수 없는 괜한 낙타가 그려진 못생긴 마그넷밖에 없었기에 좀 더 나은 마그넷을 찾으러 삼만리. 계획에 없었던 전망대와 모래미술관에 가보자 했다. 좀 더 가까운 모래미술관으로. 별다른 정보 없이 방문한 모래미술관은, 거대한 모래 조각이 전시된 공간으로,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규모와 비주얼의 공간이었다. 우리가 .. 2025.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