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일기/듣고 본 것12 [음악] 영원한 사랑 브로콜리너마저 신보가 나왔다. 하나씩 듣다보니 모든 곡마다 하염없는 구절이 있어 결국 또 모든 곡을 사랑하게 되었다. 한 주가 끝나는 금요일 늦은 밤 식탁에 앉아 짝궁을 맞은편에 두고 맛있는 술을 꺼내 반복재생을 했던 곡은 마지막 트랙 . https://youtu.be/4SVifTCAAPI?si=nqLN_81q-OKAeByx 끝없는 오해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말을 한다고 해도 하지 않는다 해도 끝없이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영원히 허덕이며 목마른 채로 언제나 계획하지만 대체로 황망한 채로 우리는 서로를 이렇게 곁에 두고 찾아 헤매는 밤이 많겠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을 수 있나요 그 끝에도 서로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믿는 것은 자유지만 실망은.. 2024. 10. 13.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 을 보았다. 막연히 올 해 말을 떠올리며 2024년에 꼭 보고 싶은 것으로 꼽았는데 감사하게도 사현님이 손 붙잡고 1월이 시작되자마자 데려가주셨다. 그동안 보지 않았던 공연을 아쉬워하며 바로 한 번 더 예매해서 2회차까지 했다 (2회차 끝나고 나오며 바로 아트원씨어터 계단 내랴가 3회차 하고 싶었다). 진짜 너무 "재미"있었다. 극을 보러간다고 할 때 스스로 기대하는 만족감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인 "깔끔한 재미", "무대라는 시공간 내에서 완결되는 최대치의 재미" 그 자체였다. 라이브 음악은 듣는 맛이 있고, 연기는 보는 맛, 극본은 말 맛이 있었다. 한편 나는 영화나 극을 볼 때, 같은 이야기를 극으로 또는 영화로 만들 때를 상상하곤 하는데, 피튀김과 잔인함을 지독히도 못보는 나로서는.. 2024. 2. 12. [뮤지컬] 쇼맨 #.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이 어디에 누가 한 말이었을까, 또 누가 나에게 해준 말이려나. 대학교 선배들, 그 바닥 선배들 중 몇몇이 종종 하고 다닌 말이겠거니 싶은데 무튼 뮤지컬 을 보고 나서 계속 이 말이 다시 떠올려졌다. #. 에서 정훈의 역을 맡았던 신성민 배우의 차기작이라하여 봐야지, 봐야지하다가 역시 그대로 놓칠 뻔했는데, 나에게 곤투(뿐만 아니라 최근 다시 연극, 뮤지컬을 보게 한 대부분의 작품을) 소개시켜주신 분이 오열하다 나왔다며 추천해주셔서 얼마 남지 않는 공연 일정에 허겁지겁 예매하여 다녀왔다. 사실 지난 번 때 정말로 ' 나 이러다 관크 되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울다 나왔고, 그 경험이 너무 강렬해서 다시금 날 울릴 무대공연을 찾고 있던터라 약.. 2023. 12. 3. [영화] 위민토킹 (Women Talking, 2022) 지난 여름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에서 보았다. 영화 제목만 들어봤다가, 문득 "요새 사라 폴리는 뭐하지~" 하고 검색했다가 그의 최신작이 이 영화인 것을 알고 헐레벌떡 영화 티켓을 검색하였고 역시나 매진이었다가 틈틈히 재검색을 하여 취소표를 겨우 구했다. 반반차를 쓰고 달려간 극장은 꽤 큰 상영관이었고, 평일 낮이지만 객석이 꽉 차 있었다. 당연하게도(?) 나처럼 혼자 온 여성 관객이 많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엔딩타이틀이 올라가는동안, 이렇게 많은 여성들과 함께 호흡을 나누며 보고 있다는 것이 - 사실 정식 개봉을 하면 비교적 작은 영화관에서 객석이 듬성듬성 빌 수 밖에 없겠지 - 가 어떤 참혹한 장면들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안전함과 든든함을 주어 그 자체로 경험이었다... 2023. 11. 19. [음악] 여름이 다 갔네 출근하려는 아침에 제법 가을 태가 나는 온도와 바람이 좋아 기분이 좋긴 하다. 윤덕원, 오은의 를 듣기 좋은 딱 맞는 계절. 2021년 발매된 이 노래를 처음 듣고 너무 좋아서, 2022년에는 1월부터 12월까지 내내 이 노래를 들었다. 아직 눈도 다 녹지 않은 새해의 아파트 단지에서, 봄 볕의 남해에서, 이제 막 덥기 시작한 여름의 전주에서, 축축하고 쌀쌀한 10월의 삼척에서, 그리고 다시 크리스마스의 겨울까지 내내 이 노래를 듣고 불러, 나에게 선곡을 맡긴 옆 자리 드라이버가 어이없어할 정도. 그러나 지금은 당당하게 틀 수 있다. https://youtu.be/NBCi5holA4c?si=VP8fNwGWAQmIyhfa 여름이 다 갔네 긴팔을 걷으며 네가 말했다 여름에 근접한 네가 말했다 긴팔을 아무리 .. 2023. 9. 11. [뮤지컬] 프리다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았다. 일찍 퇴근하여 극을 보러가기까지, 그 전 식사와, 보고나서의 대화까지 모든 것이 선물같은 날이었다. 임파워링되는 극이라고 하였으나 그냥 그 날 하루 자체가 나에겐 새로운 힘과 에너지의 원천. 뮤지컬 는 프리다가 죽기 직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토크쇼의 형식으로 그녀의 삶을 재구성한다. 처음엔 왜 이런 인위적인 형식을 취했을까, 그래서 더 대중적이지 못할 수도 있지 않았나 싶었는데, 보는 동안 "아 정말 프리다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고민 끝에 만든 형식이구나" 싶었다. 그 자체로도 너무 극적이고, 만들지 않고 못 배길만한 프리다의 삶. 프리다의 기구하고 굽이굽이 사건이 많은 생애. 아무리 건조하고 침착한 전기 형태를 취했어도, 아무리 불행 포르노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 2023. 8. 27. [연극] 새빨간 스피도 설마 벌써 2년 전인가. 의 낭독극을 보러갔었다. 비지정석의 좁고 컴컴한 극장에서 낭독극이라는 처음 경험하는 형식의 무대극을 보고 '텍스트에 깊게 귀 기울이는 집중의 방식이 마음에 든다' 정도의 감상만 남기고 잠시 잊었다. 그런데 문득문득 분명 있었을리가 없던 수영장의 물결을 마치 당시 낭독극 무대 오른편에서 본 것처럼 기억이 되살아나곤하여 함께 봤던 남편과 함께 '이상하다'하고 있었다. 그러다 드디어 정식 연극 가 세워진다고하여 바로 예매하였다.수영을 하는 행위는 수평적이다. 수면은 수평이고, 엎드려 배를 수영장 바닥과 수평하게 두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것은 수직적이다. 우리는 배우를 비롯하여 무대의 세워져있는 것들을 바라본다. 이런 절대적인 방향성에서 수영을 어떻게 표현.. 2023. 8. 27. [뮤지컬] 곤투모로우 곤투모로우 보고 왔다. 사실 전날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보러갈까 말까 망설였으나 보길 잘했다. 필석 배우 하나 보러간 것인데, 같은 이유로 봤던 스위니토드 역시 만족했지만 어째 그 때보다 감정적 효용이 훨씬 큰 느낌이다. 곤투모로우는 21년인가 22년에 회사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장 큰 회의실을 예약하여 중계(?)로 한 번 보았다. 그 때도 나름 재미있게 봤었는데, 확실히 이번이 더 좋았다. 물론 실제 무대와 객석이라는 공간감과 현장감도 한 몫 했겠으나, 배우가 달라짐에 따라 해석이 달라졌고, 캐릭터가 달라졌고, 이번 공연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나에게 다가왔다. 21년에 감상했던 극은 "갑신정변을 배경으로 약간의 혁명 키워드를 묻힌 김옥균과 고종을 엮은 2차 창작"이었고, 그냥 "엮어라 남x남"에 가까.. 2023. 8. 21. [연극] 2시 22분 반려인의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예매했었다. 연극은 앞자리-! 라는 것만 되새기며 (드디어) 토핑 회비를 내고 일찍 티켓팅, 4열을 획득한 게 거의 두 달전쯤. 멀게만 느껴졌던 오늘이 왔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더운 여름날에 세종문화회관으로 발길을. 예매할 때 시놉시스를 보긴 했지만, "A Ghost Story" 라는 부제는 보지 못했고, 그냥 새벽까지 두 부부 혹은 네 친구가 식탁에 둘러앉아 수많은 대화를 이어나가는 - 뭐 그렇게 각자의 비밀이 드러난다거나, 서로에 대한 애증을 숨길 수 없다거나, 또는 부부란 무엇인지에 대해 논하는 그런 내용일거라고, 완전 마음대로 짐작하였다😂 너무 오싹해서 오늘 집에 돌아가서 밤에 잠을 못자면 어떡하지 - 하며 걱정하긴 했지만, 극을 보고 온 지금 이제 그런 걱정은.. 2023. 7. 3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