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려는 아침에 제법 가을 태가 나는 온도와 바람이 좋아 기분이 좋긴 하다. 윤덕원, 오은의 <여름이 다 갔네>를 듣기 좋은 딱 맞는 계절. 2021년 발매된 이 노래를 처음 듣고 너무 좋아서, 2022년에는 1월부터 12월까지 내내 이 노래를 들었다. 아직 눈도 다 녹지 않은 새해의 아파트 단지에서, 봄 볕의 남해에서, 이제 막 덥기 시작한 여름의 전주에서, 축축하고 쌀쌀한 10월의 삼척에서, 그리고 다시 크리스마스의 겨울까지 내내 이 노래를 듣고 불러, 나에게 선곡을 맡긴 옆 자리 드라이버가 어이없어할 정도. 그러나 지금은 당당하게 틀 수 있다.
https://youtu.be/NBCi5holA4c?si=VP8fNwGWAQmIyhfa
여름이 다 갔네
긴팔을 걷으며 네가 말했다
여름에 근접한 네가 말했다
긴팔을 아무리 걷어도 반팔이 되지는 않아
여름은 낮에 겨울은 밤에 찾아온다고
너는 말했다
날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고
반팔은 긴 팔이 되었다
그때가 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여름은 아니었어 겨울도 아니었고)
맞는말이다 우리는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으니까
한숨을 주고 받다 느닷없이
환절기 처럼 헤어졌으니까
아침에 눈 떠 보니
다른 계절이 와 있었으니까
여름이 다 갔네
긴팔을 걷으며 네가 말했다
여름에 근접한 네가 말했다
긴팔을 아무리 걷어도 반팔이 되지는 않아
삶은 한번에 시작되거나
끝나지 않는 것 같아
한번 해볼까 마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우리가 지금 여름과 겨울의
사이에 있는 것 처럼
여름 낮이 긴 것 처럼
겨울 밤은 더 긴 것 처럼
들리지 않는 물음처럼
나도 모르게 튀어나간 대답처럼
나갔다 돌아온 사람처럼
반팔을 입고 갔다가 긴 팔을 입고 온 사람처럼
긴팔을 걷으며 네가 말했다
여름에 근접한 네가 말했다
긴팔을 아무리 걷어도 반팔이 되지는 않아
여름이 다 갔네
여름은 낮에 겨울은 밤에 찾아온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단잠과 꿀잠은 간절하게
바랄 때에야 겨우 찾아온다
날씨가 좋아도 기분은 좋지 않을 수 있다
건조한 날씨에 축축한 기분으로 걷기도 한다
긴팔을 걷어도 반팔이 될 수는 없지만
반팔에 가까워질 수는 있다
낮이 짧아지면 밤이 길어지듯
여름이 가면 겨울이 올 것이다
그 사이에 환절기가 있어서
웅크리고 잠을 잤다
저녁이 되면 다음계절을 끌고
네가 올 것이다
윤덕원님과 오은님은 모든 계절 각각에 대해 노래를 써주세요, 제발요.
물론 윤덕원님의 <두 계절>도 좋고 <잔인한 4월>도 좋지만. 계절별로 최소 3곡씩 써주세요.
@photo / 집 앞, 경기도, 2022 / 이미 한창 가을인 작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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