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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일기/듣고 본 것

[음악] 공항을 떠올리는 노래

by momorae 2023. 6. 27.

2023.06.27 기록


재생하면 공항의 풍경이 환하게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다.
기왕이면 좋은 노이즈캔슬링 이어폰 등을 이용하여 공간감을 느끼며 들으면 좋은 노래,
북적북적함과 무관하게, 떠나는 건/남겨지는 건 오롯하게 나 하나라 조금은 적적한 노래, 마음 한 구석이 헛헛한 노래.
여행을 떠나는 즐거운 기분에 어울리는, 쾌활함에 가까운 노래는 아니다.
그래서 가끔 듣고, 조금은 북받쳐 울기도 한다.
 
🛫 Hoshino Gen - FUSHIGI
뮤직비디오에 당연히 텅 빈 공항과 홀로 남겨진 사람과 함께 남겨진 개가 나오니까요.
공항에서 밤을 새 본 적이 있다. 캄캄한 밤보다 오히려 동이 터오던 때의 공항이 더 감각적이다. 탑승구 불편한 의자에선 바람을 느낄 일이 사실 없는데 마치 그 바람의 온도를 경험해본 것 같은 착각을, 이 영상을 보고 있자면, 그리고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그런 착각을 매번 한다.
 
https://youtu.be/ilnLczvLGAY

 
 
🛫 윤지영 - City Seoul, 비행기
가사가 떠나는 내용이고, 제목이 비행기이잖아요. 공항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노래를 선별할 것만 같았지만 사실은 매우 직관적인 선정이다. 인터뷰인가 앨범 소개에서는 제작 과정에서 두번째 트랙(You Have To Trust Me!)와 세번째 트랙(City Seoul)이 늘 같이 붙여다녔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세번째 트랙(City Seoul)과 네번째 트랙(비행기)를 떼어놓을 수 없다. 순서 역시 반드시 이 순서로 들어야한다.
 

돌아오지 않을 길은 외롭지. 두고 오는 것들은 꼭 생기니. 손에 가득 들고 가는 내 짐들도 내가 떠난 이의 마음들이지. 한참 떨어지고서야 뒤돌지. 그리움을 이길 법은 없으니. 끊어지는 팔을 두드렸을 땐 짐을 두고 가야 함을 알았네. 내가 고른 짐은 누군가의 나를 향한 마음.
어디서도 구름 뒤에 숨은 널 찾을 비행기는 없더라고. 어디서든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을 테니까 조금은 웃음이 나더라고.

 
<나의 정원에서> 앨범을 통으로 무한 반복할 때, 실제 떠남을 가까이서 목격할 일들이 좀 있었다. 그 중엔 정말 떠난 사람을 향한 참 많은 사람들의 마음만을 유일한 짐으로 들고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노래를 알게 된 이 여름 이후, 나의 평생에 걸쳐 떠나거나 남겨질 때, 이 가사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https://youtu.be/E4O-HSagpXE
 
 
🛫 이랑 - 환란의 세대
역시 가사 두 번째 줄에 분명하게 2개의 공항이 나옵니다. 인천공항과 나리타공항.
이 노래를 듣다가 결국 "메일도 안 보내도 되고, 메일도 안 읽어도 되고"부터 울음이 터지는 매번, "그 언니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갔을까" 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구체적이거나 혹은 추상적인 "언니"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겐 "언니"일텐데.
사람 죽는 것처럼 울지도, 울지말자고 서로 힘내서 약속하지도 못한 채
언젠가부터 모두 시름시름 앓더니 각자가 되고 멀어졌다. 귀한 사람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을까. 살아있을까. 나는 살아있는걸까 - 하는.
 
https://youtu.be/N5S7NaNKAEQ
 
공항까지 드라이브하고 싶다. 음악 크게 틀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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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Fukuoka, Japan, 2019 / 호시노겐 돔투어 보고 돌아오는 공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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