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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서 꺼낸 이야기/2023_가을_일본_북큐슈

[2023 가을 일본 북큐슈 여행] Day 03_시키노사토 하나무라

by momorae 2023. 10. 8.

도착했습니다, 시키노사토 하나무라.

구로카와 온천마을 사무소로 픽업온 차량을 타고 아까 짐을 맡겨둔 코인락커에 들려 캐리어를 챙겨 오다 온천의 료칸으로 도착하기까지 약 10-15분 남짓.

구로카와 마을에 가기로 계획하고 찾아보니 구로카와에 있는 료칸은 정말로 한 곳 빼고 대부분 만실이어 그냥 온천마을만 둘러봐야하나 싶었는데, 좀 더 거리를 넓히니 이 곳이 딱 한 객실이 남아있었다. 일단 급히 예약을 해두고 후기를 살피니, 객실마다 전용탕이 있고, 료칸 곳곳의 계절 장식이 기품있고, 식사는 호불호가 있지만 삼삼하여 불호(그렇다면 우리에겐 호)인 것 같아 꽤 기대하게 되었다. 

우리가 묵은 객실이름은 하나미즈키, 양산딸나무라고 한다.

객실은..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훨씬 넓었다. 아니 일본에서 이렇게 넓은 객실에서 묵을 수 있나요?! 거실과 별도로 침실이 따로 있고, 욕실 앞 파우더룸과 욕실, 화장실이 있었다. 사실 밤에 잘 땐 넓어서 조금 무서웠으나 그래도 낮에 즐기긴 좋았어요.

작은 마당이 보였다 :)
다도세트가 있었다-!
웰컴푸드! 한천같은 느낌에 팥이 들어간 깔끔한 단맛이었다.

그리고 우리 객실 전용 욕조.

너무... 좋다... 욕실 너, 우리집하자.

쉴려고 온 온천이고 쉴려는 일정이긴 한데, 확실히 객실에 들어오자 어제까지와는 완전 다른 여행으로 느껴져 몸도 마음도 단번에 풀어졌다. 고즈넉함이란 건 이런거구나, 너무 좋았다. 욕조가 없는 좁은 평수에 사는 부부는 일단 욕조에 흥분하여 차례로 몸부터 담갔다. 욕조에 반쯤 누워 창밖으로 올려다보이는 하늘에 천천히 구름이 이동하는 속도를 재보고 있자니 정말.. 너무 좋았고.. 모든 게 일단 잊혀졌고..

 

그렇게 약간 익은 상태에서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방에 차려주는 것은 아니고 식당으로 이동해야했는데, 분리된 전용 룸이 있어 조용히 천천히 즐길 수 있었다.

료칸 정원에 불을 이용한 장식을 해뒀는데 이게 불멍하기에 매우 운치있었다

식기 하나하나 보는 맛이 있고, 음식도 하나하나 맛있었다. 꽤 많은 가짓수의 요리가 나왔는데 재료들이 거의 겹치지 않고 각각의 맛이나 질감을 느끼기에 너무 좋은 구성이었다. 저마다 다른 재료와 맛, 조리법이 다른 7가지 전채 요리, 구마모토 말고기 육회와 기름진 생선회, 소고기 스키야키, 이 지역 전통방식으로 구운 생선, 돼지 샤브샤브, 장국과 밥, 야채절임, 밤을 얹은 디저트까지. 실제 음식이 적진 않았지만서도 작게작게 많이 먹다보니 너어무 배불러서, 역시 료칸은 삼심대 넘어 와야 만족도가 큰 곳이었음을 깨달았다(이십대의 위장으로는 아직 올 필요가 없어.. 도시 가서 더 많이 먹어...).

사진사의 무능함을 용서해줘

빙글빙글 돌려도 예쁜 그릇

그리고 나와 반려인의 원픽은 중간에 나왔던 이 야채수프. 우엉을 메인으로 해서 버섯, 그리고 쪽파(?) 등등의 계절 아채를 채썰어 끓인 국이었는데 우엉 향이 이렇게까지 싱그럽고 좋을 수 있구나 감탄했다. 일본어로 한그릇 더 주세요라고 말 못한 게 아쉽다.

사진사의 무능함을 용서해줘 2

천천히 다 먹고 나왔을 땐 밖이 어두웠다. 체크인할 때 날이 맑아서 혹시 밤에 별을 볼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추석연휴라서 여행 온 거였지(종종 까먹었다). 달이 크고 밝고 맑아서 별은 없었지만 예뻤다. 복도의 벤치에 앉아 한참 늦여름 밤바람을 즐겼다😚

그리고 부지런히 객실에서 수건 등을 챙겨 료칸 공용 노천탕에 가서 몸을 담그고 (바쁘다 바빠). 노곤노곤해진 몸으로 객실에서 두런두런한 시간을 보냈다.

 

객실 TV에서 유튜브가 되길래 호시노겐 노래도 듣고, 키린지 노래도 듣고, 아이묭도 듣고.. 나중엔 시티팝 플리로 넘어가서... 사실 평소 집에서 듣던 거 그냥 튼 것이지만... 좋다...

절대 아닐 것 같은 디바이스였으나 유튜브가 되는 스마트 TV
아까 사온 무알콜 쌀 발효음료와 맥주


푹 자고 일어나선 다시 공용노천탕에 가서 아침 목욕을 했다. 

그리고 단정했던 조식을 먹고.

역시나 빙글빙글 예뻤던 티팟. 채소와 돼지고기 찜이 함께 나왔던 조식.

다시 객실로 돌아와 객실 욕탕에서 한 번 더 몸을 담그고 (온천에 미친 사람...이라기보다 월간출혈 없을 때 온천와서 기쁜 사람🤣), 야무지게 차도 마셨다. 여행가서 아침에 차를 챙겨마신 건 작년 삼척여행에서 처음이었는데, 그 차분함이 무척 좋아서 그 뒤론 꼭 좋은 차 티백 한 두개는 챙기려고 한다. 그러다 찻잎을 우리고 싶어지고, 여행용 차도구 세트를 사고 싶어지고 그런거겠지만.. 아직 아님.

료칸을 떠나야하는게 자꾸만 아쉬워서 한껏 즐기려다보니 오히려 충분히 느긋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조차 아쉬웠다. 오전 10시30분 맞춰서 체크아웃하고 다시 구로카와 온천 마을까지 료칸 차량을 통해 이동, 이제 후쿠오카로 간다!

체크아웃할 때 오미야게 코너에서 반려인이 집은 쿠마몬

덧붙임1 ) 실제로 곳곳의 장식들 볼 게 많았다. 아니 장식을 위해 애초에 설계 시 저런 공간을 둔 것 자체가 조금 감탄스러운.

소소한 장식들과 장식을 위한 공간들이 예뻤다. 그리고 사진에 다 못담았지만, 중후한 멋의 이로리였다.

덧붙임2 ) 공용 노천탕만큼이나 공용 휴게실(?) 다실(?)도 유명한데 충분히 누리진 못했지만 좋은 공간이었다. 벽난로와 기타, 책이 있고 이층에 다락까지 있는 분위기 있는 곳이었어. 그리고 그 옆엔 여지껏 본 흡연장 중 가장 예쁜 흡연장 Top3 에 들만한 흡연장이 있어 한 대 피며 즐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