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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서 꺼낸 이야기/2023_가을_일본_북큐슈

[2023 가을 일본 북큐슈 여행] Day 03_구마모토 라멘

by momorae 2023. 10. 5.

애초 계획은 세번째날 아침에 일어나 시라카와 강변을 30분이라도 가볍게 달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러닝할 때 입을 옷과 러닝화 챙겨감. 다만 달리지 않기엔 너무 아까운 날씨였던 한국 가을과 달리 아직 일본은 열기가 제법 오르는 여름에 가까웠고, 이를 피해 달리려면 늦어도 6시엔 일어났어야하나... 마음을 접고 조금 더 자고 일어났다.

 

체크아웃하고 떠나기 아쉬웠던 호텔을 나와 마지막(?) 트램을 타고 구마모토역으로 향했다. 오기 전 봤던 많은 구마모토 여행 글을 보면 구마모토역과 사쿠라마치 버스 터미널을 여행의 초입에서 벌써들 이용했는데, 어쩐지 우리는 떠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구마모토 시의 서편을 처음 가본다.

 

어두운 돌벽으로 낮고 세련되게 지어진 구마모토역 코인락커에 큰 캐리어를 맡기고, 진하디 진한 돈코츠 라멘이라는 구마모토 라멘 맛집으로 걸었다.

 

구마모토역 우체국의 귀여운 쿠마몬 우편함
가는 길 하늘이 맑고 뜨겁다

코쿠테이 라멘 본점 도착-! 식당은 10시 30분부터 시작이었는데 우리는 10시에 도착해버렸다.

막 걸려진 노렌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점원이 나와 노렌을 걸더니, 스미마셍~ 하고 뒤쪽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왠지 생생정보통st이 방송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의 방송촬영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안내에 따라 가게 옆 쪽으로 비켜서있었다. (미처 맡기지 못한) 작은 캐리어를 끌고 아침부터 1등으로 줄선 우리를 잡고 "관광객도 기다리는 맛!집! (에에~ 스게에~)" 하는 영상이 찍혀 나가는 것이 아닐까 (제 초상권은요,,,) 싶었지만 모... 모르겠다. 잠시 뒤 우리 뿐 아니라 혼자 온 젊거나 나이든 남녀 1인 손님들이 가게를 둘러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픈.

반려인은 날계란이 두 개 올려진 라멘 세트, 나는 숙주가 추가로 올려진 라멘. 그리고 시킨다 나마비루. 왜냐면 여행 삼일차인데 무려 아직까지 (수제맥주 빼고) 기린 등의 생맥주를 마신 적이 없기에-! 돈코츠 라멘은 진하니 시원하게 입가심이 필요하기에-! 여행객은 아침술을 할 수 있으니까-!

 

사실 너무 찐득하거나 돼지 냄새가 강하게 나면 맥주를 입을 씻어내기 위해 주문한 것인데 사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맑고(?) 개운하며 돼지곰탕을 먹는 듯한 우아한 느낌의 국물이었어-! (쓰면서도 또 먹고 싶다) 사실 이십대초의 튼튼한 위장을 가지고 있었을 학부생 때 제외하고 줄곧 라멘은 돈코츠보다 닭육수나 좀 더 가벼운 육수의 라멘만 선호해왔는데, 돈코츠 라멘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었구나 - 하며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구마모토 향토음식 먹어보는 느낌으로 왔는데, 스스로 이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줄 몰랐다😋

 

노른자는 바로 푸는 것이 아니라, 국물이나 면을 미리 충분히 먹다가 중간에 숟가락에 노른자를 풀어 남은 음식을 찍어먹으라고 가이드되어있었는데 정말 딱 맞았다. 처음부터 날달걀을 풀어 탁하게 만들기엔 아쉬울만큼 맛있는 국물이었고, 먹다가 노른자에 찍어 먹으니 고소하고 부드러운 두번째 음식이 되었다.

 

아, 일본 가게의 저 아날로그적이고 기계식 버튼 느낌의 메뉴주문 기계(?) 자판기(?) 내부는 어떻게 프로그래밍되어있을까? 넣은 금액에서 하나 주문하고 남은 잔액으로 더 주문할 수 있는 가격대의 음식이 없다면 자동으로 주문이 끝난 것으로 인식하고 잔돈을 뱉어내던데. 저런 모양새 안에 그런 설계가?! 무척 궁금하다.

다시 걸아나와 역에 연결된 쇼핑몰 안 오카다 커피에서 커피를 마시고, 회사 사람들에게 들고갈 쿠마모토 그림이 그려진 작은 과자를 샀다. 좀 더 맛있고 흔하지 않은 간식을 사고 싶었는데 어쩐지 못 찾았다. 그렇다면 쿠마몬이 그려진 것으로!

구로카와 마을에는 편의점이 없는 듯하여, 역 안 패밀리 마트에서 료칸의 심심한 밤에 먹고 마실 주전부리를 좀 사서 미리 예약해둔 규수 횡단 버스를 기다렸다. 12시 15분 출발 버스를 타 3시에 쿠로카와를 도착한다.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