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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사구3

[2024 산인 여행] 겨울밤여행 05 상상해왔던 것보다 훨씬 드넓었고(애초에 조금 큰 해변 정도의 상상이 크게 잘못되었다), 모래가 섞인 바닷바람은 정신 없었으며, 정말 좋아해온 만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잔잔하게 그러나 꽤 오래 바라왔던 곳에 드디어 와봤다는 사실 등등으로 꽤 벅차고 어쩐히 멍한 상태였다. 좋았다는 뜻이다. 떠나기 아쉬웠고. 그래서 작은 기념품을 꼭 사서 가지고 가고 싶었는데, 이것이 돗토리인지 이집트인지 알 수 없는 괜한 낙타가 그려진 못생긴 마그넷밖에 없었기에 좀 더 나은 마그넷을 찾으러 삼만리. 계획에 없었던 전망대와 모래미술관에 가보자 했다. 좀 더 가까운 모래미술관으로. 별다른 정보 없이 방문한 모래미술관은, 거대한 모래 조각이 전시된 공간으로,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규모와 비주얼의 공간이었다. 우리가 .. 2025. 6. 6.
[2024 산인 여행] 겨울밤여행 04 도예과의 야마다는 건축과의 마야마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왔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그 사랑만이 자신의 유일한 자랑이자 취미, 몫과 자긍심, 이유이자 목적, 수단인 것처럼 소중히 아껴왔다. 단행본 8권만큼이나 시간이 흘렀을 때, 야마다는 마야마가 그가 오래 짝사랑해온 사람에게 한결 다정해지는데 막판의 확신 혹은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마야마의 등을 직접 살짝 떠민다. 그러곤 한동안 울음을 내내 참는 심정으로 일을 한다. 의뢰를 받고, 조율하고, 도자기를 굽고, 납품하고. 꾹꾹 참아온 울음을, 그보다 몇 살 더 산 사람들, 야마다를 아끼는 언니/형들에겐 너무 잘 보이는 것. 야마다는 노미야가 일하는 돗토리로 심부름 보내진다. 돗토리에 다녀온 한참 뒤에도 아무리 털어내도 어디선가 굴러떨어지는 신발의 모래를 .. 2025. 5. 7.
[2024 산인 여행] 겨울밤여행 03 이즈모시의 켄죠소바 하네야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 지역에선 와리코라 불리는 둥그런 식기에 담겨나오며 여러가지 고명을 올라가는 이즈모 소바가 유명하다고 한다. 생각보다 면이 두꺼웠다. 모밀은 나에게 짝사랑 음식 중 하나라 (좋아하지만 잘 체함) 조금만 꼭꼭 씹어먹어야지 하고 와리코 한 단을 짝궁에게 주었는데, 금새 내 것 다 먹고 짝궁 것을 야금야금 뺏어먹음. 이제와서 찾아보니 에도시대에 연 유명 맛집이라고. 신지호와 나카우미호를 지나오는데 불빛이 적어 짝궁 운전이 고되었다. 호텔에 차를 세우고, 어제 갔던 CASE로 다시 향했다. 어제 CASE에 들렸을 때, 사장님으로부터 다음날(그러니까 오늘) 이곳의 자랑할만한 로컬 비어인 DisenG beer의 탭이 들어온다고 들었다. 종일의 바쁜 운전과 찬 바람의.. 2025.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