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은 드라이브 가는 날.
챙겨온 그림책(이었나...? 가물가물)을 선물하기 위해 로비에서 언니네와 M을 만났다. 잠깐 M을 기다리는동안 호텔 로비로 들어오는 햇살이 좋아서, 여기 앉아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하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 짝꿍이 카메라로 마음에 드는 내 사진을 찍어주었다.

기타큐슈 쪽에 있는 히라오다이에 가기로 했다.
지난 시코쿠 여행에서 시코쿠 카르스트 고원에 가지 못하였기에(아 그 여행도 정리해야하는데), 당시 우리는 카르스트 지형에 꽤 꽂혀있었는데 마침 일본 3대 카르스트 중 다른 하나인 히라오다이가 후쿠오카현에 있다고. 거길 하루의 드라이브 지역으로 정했다.
(카르스트, 카르스트, 카르스트, 카르스트,, 하다보면 갑자기 카스트르랑 헷갈리기 시작함)

빌린 차량의 음향이 썩 좋지 않았지만, 당연히 오늘의BGM은 호시노겐데스~ 이럴 줄 몰랐다, 이렇게까지 하룻밤에 지난 6년을 되살려 폭 빠질줄 몰랐다. 낯선 노래만 계속 틀었지만 들어준 드라이버 짝꿍 감사.
아점으로 도로변의 우동집에 들렸다.
약간 가평이나 양평 가는 길 식당 들리는 기분으로. 차를 빌리게 되면서 이런 게 재미있다.

코-시가 있는 우동은 다카마쓰에서 실컷 먹었기때문에, 사실 제대로된 우엉튀김을 먹고 싶었다 (재작년 후쿠오카에서 먹은 우동+우엉튀김이 성에 안 찼기 때문에). 후후. 그리고 대충 성공~


한적한 도로를 굽이굽이 들어가 서서히 고원을 오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때즈음 Observation Center에 도착했다. 낡은 외관의 센터 안쪽 전시장은 의의로 알찼다.





카르스트 고원이란 건 그늘이 없는 것입니다. 모자와 선글라스, 양산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 나의 컨디션 이슈로 걷는 것을 최소화하려다보니, 갈 수 있는 곳에 한계가 있었다 (아쉽네, 미안 짝꿍).

센터에서 나와 일단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쪽으로 이동 - 그리고 도착했다.

너른 평원이 펼쳐져있는데요, 있었습니다. 우와아...





사진으로 담기 어렵다. 그냥 군데군데 바위가 있는 초원이 아니냐고 물으면 역시 스케일의 문제랄까. 바위는 생각보다 크고, 평원은 생각보다 광활하다. 돌이 아니라 바위다.
예전 어딘가서 그 옛날 도깨비 신들의 공깃돌이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의 스케일이 아닌, 다른 스케일을 가진 지엄하고 거대한 존재가, 마치 공깃돌처럼 흩뿌려 놓은 모양새. 와아아아. 그 자리에 있던 게 드러난 것인데, 꼭 누가 옮겨온 것 같은, 그런게, 그래서 그저 신기하달까.

자전거를 타거나 본격 트레킹을 통해 좀 더 돌리네 가까이 올라가볼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늘 그렇듯 바로 떠나기 아쉬워서 정자에 앉아 가능한 광각의 풍경을 눈에 좀 더 담으려 애썼다.

근처의 카페에 가려했지만 어쩐지 다 문을 닫아서, 꽤 시내쪽으로 나와 AND COFFEE STAND 라는 카페로.

레몬과 탄산을 넣은 토닉 커피는 이전에도 몇 번 마셔보았지만, 여기서 먹은게 지금껏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다. 이날 이후 더욱 더워진 지난 여름에도, 여전히 더웠던 가을에도, 어느 겨울에도 가끔 짝꿍과 "거기 그거 맛있었는데" 하곤 했다. 그거 마시러 기타큐슈에 갈 수도 없고.
한국에서 왔다니까, 매우 친절하신 사장님이 기타큐슈 관광 안내 책자를 꺼내주셨다. 히라오다이만 찾아보았기에 정작 기타큐슈는 거의 알아보지 않았었다. 하나씩 보다보니 궁금한 곳들이 제법 있었다. 역시 옛 항구도시란.
하지만 사장님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야할 시간. 이렇게 느긋하게 보내다보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된거지 싶다.
기타규슈 어드메의 고가는 꼭 타이페이에서 택시를 타고 갇혔었던 고가와 느낌이 닮았다.

돌아가는 길에 로컬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있어 맥주를 테이크아웃하러 들렸다.

냉장고 앞에 선 우리의 취향을 물어오시는 사장님들께 짧은 일본어로 "Hazy보단 Sour나 Saison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영어는 괜찮냐고 하시는거다. 그러곤 어딘가로 사라지시더니 미시간 출신 브루마스터 등장. 아니, 브루마스터에게 직접 듣는 맥주 설명과 추천이라뇨, 저희가 무슨 행운을?! 그러다 지금 통을 비워 마침 양조장 구경이 가능하다고 뒤로 따라오라시는거다!?!?! 이렇게 갑자기, 프라이빗 양조장 투어요...?!?! 저희가 무슨 행운을?!?!?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요, 는 하지 못하고 고심하여 대충 열 캔 정도 골랐다. 계산할 때 사장님이 방울토마토를 하나씩 입에 넣어주셨다. 양조할 때 나오는 부산물을 주변 로컬 농장에 비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거기서 나온 방울토마토라고. 정말 깜짝 놀랄만큼 달아서, 입안에 계속 꽉찬 토마토 맛이 맴돌았다. 그 때 옆 냉장고에 있던 방울토마토 한 봉다리를 미처 더 집어들지 못한게 여지껏 아쉽다.

후쿠오카에 가까워졌을 땐 정말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 차량 반납 시간은 살짝 남았고. 각자 세번째 후쿠오카이나 기동성을 갖춘 것 이번이 처음이니, 마지막까지 이걸 누리고 싶었다.
우미노나카미치 해변공원을 지나 시카노 섬까지 달려보기로 했다.
넘어가는 해를 감춘 저녁의 섬은 차분했다. 어두워지는 풀숲의 도로를 올라 전망대로.
투박한 전망대 주변은 썩 잘 관리되어있진 않았지만, 익숙한 듯 아직 낯선 게 많은 도시에 저녁이 오는 걸 지켜보기엔 충분했다.







섬에서 나와 후쿠오카 시내까지 달릴 땐 밤이었다. 애인과 쭉뻗은 이런 도로를 달리면, 언제나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기분. 그래서 대뜸 서로에게 '고마워' 라고 말하곤 한다.
뒤늦게 한 번에 찾아온 배고픔에 야끼소바를 키워드로 찾은 적당한 식당으로. 생맥주가 없어서 아쉬웠다.


들어가는 길에 간단히 한 잔 더 했으나, 너무 많은 사람들에 살짝 질렸고.
그래도 여름 한낮이 언제 그랬느냐는듯 한소큼 식은 밤바람을 마음껏 팔로 가르며 걷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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