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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서 꺼낸 이야기/2025_여름_일본_후쿠오카

[2025 후쿠오카] 여름의 바람 01

by momorae 2026. 4. 23.

지난 6월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1월에 정해진 여행. 당첨 소식을 들었던 그 칠흙 같던 겨울 출근길이 전생의 일 같네.
 

흥분하기엔 살짝 피곤한 새벽 출근반 - 그래서 겐상 보고 오라고😂


* 당시 카톡 다시 찾아보는데 너무 웃기다. 이번까지- 라고 했지만 나는 요코하마에 한 번 더 가고, 월드투어에 한국 있었고, 그는 내년(2026년)에 한국에 또 왔음. 예언이 몇 개냐. 감히 좀 오라고 타박해서 죄송합니다, 겐상.
** 이 자리를 빌어, 19년 돔에 이어 한 번 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당첨이 되어주신 E언니에게 다시 무한 감사🙇‍♀️🙇‍♀️🙇‍♀️ - 작년의 나를 생각하면 내 평생의 은인 (물론 언니는 나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내 은인이심).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당분간의 마지막 여행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2월, 4월 각각 충동적으로 고치와 이시가키에 다녀오고, 10월에 요코하마에 또 갔으니, 난리다 난리, 인생 모를 일. 게으름 피우다 아직 올 해의 6월과 헷갈리지 않고 "지난" 6월이라 적을 수 있을 때 간단히 정리한다.

난데없는 4월의 더위 속에, 작년 6월의 초여름이 부쩍 생각나기도 하고.



공연 당일 후쿠오카에 도착했다. 19년도엔 하루 전날 미리 갔었는데, '오늘 저녁 공연보러 오늘 아침 비행기를 탄다'는 감각이 공항에 가면서도, 비행기에 탑승을 하면서도 이상했다😗

내가 하루 겐상에 푹 빠져있는동안 혼자 등산을 해보겠다는 짝꿍과 공항에서 헤어져 일단 혼자 호텔로.
날 좋네, 덥고.
 

매끈한 여름 - 역시 일본은 여름


일본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한다면 짝꿍은 라멘이겠지만, 나는 카레. 점 찍어둔 가게를 찾아 몇 번 길을 건너며 걸었다. 더워. 6월의 후쿠오카는 양산이 필요해.
 

 
배가 꽤 고픈 채 골목길을 헤매자니, 고로상이 된 기분.
 

찾았다, 오늘의 커리 Tiki

 
아마 한창 때의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지 않을까. 살짝 늦은 점심시간이라 바로 입장. 2층으로 안내받았다.
 

아기자기해 - 하나하나 살펴보면 위트있는 그림들

 
양복을 입은 지긋한 직장인 아저씨 두 분이 함께 온 테이블, 그리고 창가석엔 나처럼 혼자 온 직장인 한 명, 학생 한 명. 저마다의 카레로 늦은 점심시간을.
 

고수(P)가 올라간 스파이시 치킨 커리와 우롱차

 
꽤 카라이했다, 자극적이야. 아 사진 보니까 군침 돈다.
이직하고 나서 지금 회사에선 점심시간에 카레 먹을 일이 거의 없어서 좀 슬프던 참에, 이런 평일 낮의 커리.
 
싹싹 비우고 나와 쨍하고 뜨거운 여름을 걸어 -
 

 
근처 REC COFFEE에서 커피 테이크아웃 -
 


들리고 싶은 문구점이 있어 찾아 걷다보니 덴진중앙공원.
 

 
<아오링 도쿄> '이노카시라 공원만이 가고 싶은 공원입니까'를 본 뒤로 일본에서 아무 '공원'을 맞딱트리면 조금은 더 여유있게 길게 앉아있으려 하고 있으나, 덥다. 그래서 맞은편 아크로스 후쿠오카를 올라가기로 한다 (응?)
 

도시의 공용녹지는 적극 이용하려는 편
낡은 직장인은 계단 몇 번에 헉헉.

 
그래도 오르니, 화창한 후쿠오카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짠-

 
앗 소품샵 사진이 없네. 조카들에게 사주고 싶은 원목 장난감을 몇 번 집었다놨다 하다가, 짝꿍에게 선물할 고양이 책갈피를 샀다. 예쁜 편지지와 엽서가 많은 가게라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었는데, 왜 이렇게 점점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에 자신이 없어지는지. 펜을 잡고 꾹꾹 눌러적는 일을 상상하면 손이 뻐근하다. 지우면 자국이 남는 것을 쓰는 것이 무겁다. 잠깐 스산하구만.
 

근데 종이책 읽을 일이 많지 않구만

 
나는 연차를 낸 직장인. 현지의 사람들이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 평일의 대낮을 신나게 걸어다니며 괜한 우월감을 느끼다가 더위를 먹었다. 편의점에서 긴급하게 차가운 탄산수를 마시고 아시아 미술관으로 도망.
 
この手が未来を編み直す | Hands Reweaving the Future 라는 전시를 보았다.
이 손으로 미래를 다시 엮다, 정도 되려나.
 

 
편협한 한국인으로서 '아시아'라고 할 때 막연히 '동아시아'를 상상했다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스스로의 대가리를 한 대 치고.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방글라데시, 몽골, 캄보디아, 미얀마, 싱가폴 등 정말 다양한 나라의 작품을, 자수, 종이, 금속 등 다양한 수공예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공예 작품이어서였을까, 어쩐지 생로병사 그리고 관혼상제에 대한 각 의례, 축제에 대한 것, 여성에 대한 것이 많아 진짜 재미있었다. 그리고! 패널에 영문설명이 잘 되어있어서, 매우 꼼꼼히 볼 수 있었습니다!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짱이다, 다음에도 후쿠오카에 간다면 어떤 전시를 하는지 꼭 찾아볼 것 같아.
 

압도적이었던 인도의 작품 'Women Liberated from Clothes and Their Own Bodies'
낯선 색감의 화려함과 조화로움
가까이 들여다보면
Life in a Jungle Village
이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큰 사이즈의 작품들이 많았다. 그래서 압도되었다. 최근에 미술관에 온 게 언제지. 어쩐지 전시 홍보물은 다 작은 스마트폰으로 접하니까. 마치 작품들이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그 사이즈인 것처럼. 평면인 것처럼. 그걸 본 주제 다 보고, 다 아는 것처럼 착각했다는 걸 새삼 알았다. 모든 예술은 결국 공간감인데. 그걸 까먹고 있었네. 오랜만에 입체적으로 압도되어 좋았다.
 

머리 모양으로 신분(결혼여부 등)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것도 대단했어.
 

그림자를 이용했다
복도에 길게 걸린 연작 중 하나
While confronting socio-political chaos and hardships of living as individuals, ...
오래오래 그 앞에 서있게 되던
엄청 세련됐어!

 
정말 좋았던 The Journey of Soul (Panya Vijinthanasarn, Thailand, 2001).
 

이건 일부분
실제론 이런 그림이니, 엄청 크다

 
엄청 큰 작품이라, 내가 저 막 출발한 불꽃만한 건 아니어도, 충분히 거대한 신의 입김 한 번에 후- 밀려 출발해버린 미물인 것은 느낄 수 있었던.
 
which led to their exploration of seeking hope for the future.
"사회정치적 혼란과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의 고난을 마주하는 동안"으로 시작하는 설명이 결국 "미래를 향한 희망을 찾는 탐색"으로 끝나 좋았다.
 
그리고 마린 멧세 후쿠오카로 향하는동안 배터리 이슈로 아끼고 아꼈더니 사진이 없다.
 
가까워지면서 점점 MAD HOPE 타월을 두른 사람들과, 색색의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 코스를 한 사람들이 보였다. 점점 설레기 시작해.
 

꺄아아아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돌려다보니 언니와 M, M의 아버님이었다. 세상에 - 우리가 드디어 정말 왔구나, 이곳에.
 

どうあってもいい。크헝。

 
정말 반짝이고 소중했는데, 그렇게 크고 묵직했는데, 결국 살면서 또 살짝은 희미해진 6년전 후쿠오카 돔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
 

헤헤헤 - 근데 내가 왜 여기서 티셔트와 모자를 안 샀을까

 
공연후기는 아니지만, 사실상 공연후기인 당시의 주간일기는 여기.
https://momorae.tistory.com/153

[주간일기] 2025.06.22

3일을 미친듯이 일하고(도대체.이.일을.왜.이렇게.까지.해야하는가.) 목요일 새벽에 일어나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새로 먹기 시작한 약 때문인지 어쩐지 요새 묘하게 잠을 못자서 아픈 눈

momorae.tistory.com

 
끝내주는 하루를 보내고, 반쯤 발이 둥둥 뜬 채로 짝꿍과 만나 호텔 근처에서 맥주와 튀김을 먹으며. 그런데 사진 한 장도 없죠, 그럴 겨를이 없었나봅니다. 그저 벅차고 벅차고 할 말이 많은데, 다 말하고 싶은데, 차마 말로 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어버버 - 사람말을 못했던 것 같은데, 짝꿍은 그저 그 앞에서 끄덕끄덕. 고맙다. (그러나 네 아내는 그로부터 일년간 사람 말을 하지 못하게 되고)
 
호텔에 돌아와서도 TV로 그의 노래를 듣지 않을 수 없어 - 침대에서 위아래로 발을 동동 구르다 잔 것 같다. 하하.
 

왜 Mad hope 이냐구요, 제가 몇 시간 전 이 노래를 부르는 신을 보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