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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일기/일상기록

★ 약속

by momorae 2026. 2. 10.

"내년"의 일이 어느새 올 해의 일이 되더니 하루 밤만에 끝나버렸다. 어떤 신뢰감과 즐거움으로 꽉 찬, 아뮤즈 공식기사의 표현처럼 "유대감"으로 가득찬 “충만”한 시간이었기에 그저 꿈이나 신기루 같다라고 말하기엔 벅찬 열기가 온 몸에 생생했다. 그러나 헛헛하네. 벅차고, 헛헛해서 다소 충동적으로 계획에 없던 1박 드라이브를 했다. 바다를 보고 왔다.
 

동해랑 그와 아무상관없음 그냥 내가 콘서트 때 메고간 가방을 짐도 안풀고 그대로 들고 드라이브를 갔을 뿐임

 
작년부터 거의 2026년의 새 해가 밝아오길 바라는 유일한 이유였는데, 막상 가까워지자 항상의 병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특히 콘서트 2주 전부터 엄청난 우울의 파도가 몰아쳐서 "그래도 콘서트가 다음주니까." "이번주엔 콘서트가 있으니까" 하고 기계적으로 중얼거렸다. 다행히 날들은 착실히 갔다.
 
어쩌면 나보다 그가 더 이 공연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9월을 곱씹고 있으며 어서 다시 한국에서 공연하길 설레하는 것 같았다. 'Gen Hoshino Live in Korea 약속' 공연 개최가 결정되고 라디오에서 그는 "아무래도 이틀 공연이면 목이나 컨디션 관리를 해야하다보니 이번엔 딱 하루, 전력으로 쏟아내겠다고, 양일 공연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곤 별안간 한국에 일 겸 여행을 와서 내 전 직장 동네를 마구 돌아다니질 않나, 그걸 또 스토리에 박음질하질 않나, 스토리 마지막에 셀카!!!!!!!!!! 를 올리며 "2월 6일,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만나요." 라고 한국어 코멘트를 올리질 않나!!!!!!!!! 하, 참! 응? 대뜸 마림바 연습 릴스를 올리질 않나!!! (아니 한국에 마림바 들고오시면 저 그날 정말 기절할 준비하고 가야한단말이에요) 그리고 막 본인이 기획서 낸 신규 음악 프로그램에서 두번째 장소로 한국을 콕 찝어 오고 말야. 지큐코리아에선 지면 인터뷰에서도 영상 인터뷰에서도 지난 공연 때 한국 팬들의 열기가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막 입술을 다시며 이야기하고 말야. 제발... 저희 과몰입을 좀 생각하시라구요. 전 좀 덤덤하게 좋아하고 싶었단말입니다?! (아냐 좋아 더해) 1월 중순 밴드마스터 료짱의 라디오에선 전화연결로 "내일 혼자 연습하며 셋리를 정해서 보내겠다"고 "다음주부터 리허설 시작이네요"라고 말해서 (아저씨 전화 목소리 좋더라. 겐상이랑 전화로 통화할 수 있는 사람들 진심으로 부럽다.) 슬슬 설레게하더니, 콘서트 한 주 남은 주말 겨울 토크 라이브에선 니세상 생일에 니세상은 오지 않음 폭탄 선언. 하고 싶은 곡이 많아서 니세상에게 쓸 시간이 없다는 충격섹시발언. 화요일 새벽 라디오에선 한국에서 한 적 없는 곡들 많이 할 것 같다고. 이 모든 과정에서 재치있는 다른 팬분들의 호들갑과 주접이 그간 생활의 재미였다. 휴 대중에게 보여줄 것과 아닌 것을 철저히 계산, 구분하는 사람인 것을 알지만요, 리허설 조금 풀어주실 생각 없으시겠죠...?! 리허설 때 무슨 이야기들 하셨는지, 막 "아니 서울 공연이 그렇게 좋았어요?" 이런 소리 짖궂은 농담으로 듣진 않으셨는지 너무 궁금하구요, 예.
 
반면 걱정도 되었다. 여러가지 티켓팅 때의 이슈와 평일 + 영종도라는 이유로 날이 가까워지자 티켓들이 꽤 풀렸고, 정가보다 낮은 양도거래글이나 무료동행을 구하는 글들도 많아서 빈 자리가 생긴다는 것이 꽤 마음이 미리 아팠네. 티겟 현장판매라니!!! 돔 투어 5번은 할만큼의 신청에 티켓 매진이 기본인 사람에게!!!! 이게 무슨 일이야!!! 팀 호시노겐에 현장판매 관련 업무 프로토콜 없어도 이해한다. 무튼... 그 모든 걸 떠나 개인적인 못된 습관으로, 서로의 기대가 큰 만큼 혹 실망도 클까봐 괜히 불안해졌달까. 아니 그는 서울 공연 이후 너무 감명깊은 나머지 오사카 공연 때 "자국의 공연문화를 개혁하려는" 시도를 했을 정도인데, 이번에 이 사람이 '기억이 미화되었었구나' 하게 만들면 어쩌지.
 
그러나 목요일 저녁 공항 입국 영상을 보니 그 모든 걱정이 역시나 다 헛된 것이었고, 다 사라짐... 지난번엔 자기한테 하는 환호인줄도 모르고 그냥 가려다 "저요? 저요?" 했으면서 이제 제대로 눈 마주치면서 들어와 멈춰서서 인사하고 간다니. 이 다람쥐 아저씨가!!!
 

귀엽잖아욧!!! (사진출처: 시노님)
둘 다 하심

 
그리고 전날밤 이벤트 계정에서 준비하신 메시지북이 공개되었는데, 정말 이분들 뭐하시는 분들이시지. 진짜 너무 아름답고 너무 예뻐서 "여기 좀 보세요, 저희 메세지북 너무 예쁘지 않나요" 하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다. 아니 저도 갖고 싶네요. 메시지북 받으실 호시노겐님 정말 너무 부럽네요. 저희 한 번만 구경시켜주시면 안될까요. 이렇게 아름다운 펜레터 북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니 정말이지 뿌듯하다. 작년과 올해 걸쳐 가장 잘한 일이다.
 

감사합니다! @gen_promise
이번 앨범 박스세트랑 같은 컨셉으로 제작할 줄 정말 몰랐다~~~ 정말 세상엔 멋진 능력자들이 많다😭 (사진출처: @gen_promise)

 
부장님, 메시지북 잘 받으셨습니까? 저 후기가 좀 궁금합니다. 한국어 학습지 하시고 검사도 받으실 겸 스토리 좀 올려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드디어 2월 6일. 합정에서 E언니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딱히 맥주를 마실 생각은 없었는데, 마침 런치세트의 1+1 맥주가 오키나와 오리온맥주이지 뭐람~ 오토모다치에서 겐상도 마셨으니까 마셔야겠네~
 

중요한 약속 지키기 위해 연차 사수 성공 기념 평일 낮맥

 
카카오셔틀을 타고 인스파이어아레나에 도착. 주차장에서 내려 몰까지 걸어들어가는데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말도안되게 시려서 계속 웃음이 났다. 겐상 나름 날씨요정인데 한국에 올 때만 이렇게 꼭 찝어 추워진다뇨. 언니 15년 전에 우리가 동방에 앉아있을 때 여기 이런 식으로 둘이서 영종도에 올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 아니 19년도에 후쿠오카 갔을 때도 몰랐어.
 

말로만듣던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이야
꺄아아아아아악

 
언니와 각자 할 일 & 두런두런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갔다. 그리고 한 시간 이르게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그리고 언니의 표가 ㅠㅜ 플로어 5열이었어요 ㅠㅜㅠㅜㅠㅜㅠㅜㅠ 막상 가보니 1열이 없어서, 정말 무대로부터 앞에서 네번째 열. 하... 나는 정말... 내가 무슨 자격으로 언니의 이 복을 덩달아 함께 누리게 되는지 도무지 모르겠고... 언니가 여기에 나눠준 언니의 행운만큼 남은 생에 언니의 운과 행복을 평생토록 진심으로 기원할 수 밖에.... 너무 고맙다능.... 정말 호사스러운 자리였다.
 
그... 공연 내내 스크린을 볼 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분명하게 아주 자연스러운 내 시야에 그가, 그의 시야에 내가 있었다... 진짜 목에 선 핏대가 보이고, 얼굴과 목덜미 땀이 보이고... 예... 그... 어떡해?! 나 진짜 몇 번 눈 마주친 것 같아! 물론 그가 아주 프로페셔널하게 진짜 넓고, 고루고루 시선처리 한다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되었음. 마주쳤어도 찰나였음. 하지만 그가 키를 낮추거나 키를 세우거나 할 때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시야 안의 자리였다는데에 확신함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머리 쥐어 뜯는 거 다 보였겠지 ㅠㅜㅠㅜ
 
공연 전 그가 직접 선곡한 노래들이 회장에 흘렀는데, 오토모다치에서 그가 추천한 (아마 그도 코토리상을 통해 알게 되지 않았을까?) 우효의 '돌아온 아마도 우린'과, 마츠시게 상이 추천한 Q the Trumpet의 '겉'도 나왔다. 그게 반갑고 좋았다.
 
그리고 7시가 살짝 넘어 ─ 암전.
 

 
뭐가 지나간거지. 진짜 부장님 다람쥐 엄청 신나게 무대를 날라다니셨다.
 
나 진짜... 이 아저씨가 너무 좋다.... 이 아저씨가 엄청 행복하고 신나게 잘 놀다 가서 너무 좋다... 나 이 약속이 또 기깔난 무대공연을 선보여주겠다는 약속인 줄로만 알았지 (맞음) 우리 같이 놀기로 한 약속인 줄을 몰랐다 어흑. 지난 9월에는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기도 했고 "MAD HOPE"이라는 타이틀의 초대형 투어의 일환이었으니까, 바로 그 다음주 오사카 공연이 또 있었으니까. 뭐랄까 예민과 엄격, 관리와 긴장의 끈을 아예 놓을 수 없었던 것을 알긴 아는데, 정말이지 이번엔 "나 놀러왔어요~" 하고 다 힘 빼고 진짜 제대로 놀 생각으로 설레고 신나보였다.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 어제 입국 때부터. 공연 내내 조금의 부러하는 자제 없이 그냥 파하항 웃고, 으하하 웃고, 그저 몸이 가는대로 춤추고 움직이는 그 자연스러운 모습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뭐야 워커홀릭 부장님께 진짜 우리가 진짜 힐링 타임이었던 거에요?! ㅠㅜㅠㅜㅠㅜ 친구 보러 오는 거였어요?! ㅠㅜㅠㅜㅠㅜㅠㅜㅠ 하 미친. 마음이 아플만큼 좋다.
 
지난 공연에서 영지씨와 한 "자주 오겠습니다" 약속 장면이 재생되고, 
밴드 멤버들이 무대위로 올라오고 겐상을 무대 가운데, 아래에서 등장했다. 하 너무 가까워, 미쳤어. 그저 입틀막.
 
전주가 흐르며 '지뭐나'가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바케모노.
바케모노라고요? 바케모노는... 정말... 메시지북 공통 질문인 "When do you get into Gen Hoshino?"의 제 답변일걸요?! 그 쓰리피스 수트 입은 강아지 머리로 계단을 오르락내리며 춤추고 기타치는데, 그 네 뭐 쓰리피스 좋아하면 안되나요?! 하. 근데 정말 좋아한다. 특히 그가 마흔 넘어 부르는 단단해진 바케모노를 정말 좋아한다. (포트나이트 버전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제발 첫번째 곡 들어주시고 1:56 앞뒤로 구간반복해주시죠). 한국에서 안 했던 곡들을 한다기에 먼저 떠올린 건 MAD HOPE 투어 앵콜 공연에 있었던 바케모노와 멜로디였다. 요코하마에서 듣고 왔지만 또 듣고 싶었던 바케모노, 딱 그 바케모노부터 첫 곡으로 해주시면 저는요!!!!!! 첫 곡만 듣고 죽어도 좋으면 어떡해요!!!!
♪ 誰かこの声を聞いてよ (누군가 이 목소리를 들어줘)
 
내가 지금 바케모노 라이브부터 듣고 있다는 것을 차마 실감하기도 전에 끝나버리고 SUN. 후 이 사람, SUN을 두번째로 해버리면요, 뒤에 뭘 하시려구요. 사전 공개된 셋리가 없다는 거 이런 거였구나. 진짜 한 곡 한 곡 바로바로 들어내면서 이 사람의 메시지를, 이 사람이 오늘 하고 싶었던 말을 실시간으로 느껴가는 거였다. 가장 대중적이고 널리 알려진 SUN을 여기서 내질러버리며, 그 다음부턴 우리 진짜 깊은 것을 하자고. 적당히 이미 아는 것들을 하다가 정점에서 제일 유명한 곡을 하는게 아니라, 당연한 인사는 재빨리 나누고, 지난 십 몇 년 못 나눈 것들로 바로 들어가자고. 꽤 밀도 높은 관계와 역사가 있다면 더 와닿을 곡들을, 분명히 가닿을거라 믿고 꾸려왔다고. 내가/당신이 차마 오지 않았고 우리가 직접 만나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 속에도 오래오래 구석구석 좋아해줬다는 걸 이제 확실히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편지의 서문을 맺어. 미쳤다. 그리고 SUN은 그에게도 여전히 각별하고 정말 신나는 노래니까. 제대로 놀아보자고 본문을 시작해. 미쳤네.
♪ 僕たちはいつか終わるから 踊る いま (우리들은 언젠가 끝나니까 춤 춰 지금)
 
아, 그리고 SUN에서 다같이 "아아아" 할 때 "이거다" 하는 듯한 그 만족스러운 표정, 좋다는 표정 - 다 봤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같이" "같이 노래해요" "함께 불러요" 등등 노래 유도 멘트 중심으로만 한국어를 공부하시는 듯 - 지난번보다 표현이 다양해졌어 아주.
 
첫번째 MC. 그의 첫 인사가 끝나면 그의 노래 'Stranger'의 가사 "また会えるなんて 奇跡みたいだ (다시 만날 수 있다니 기적과 같아)"가 적힌 슬로건을 펼쳐보이며 "오카에리" 라고 말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가 "타다이마" 대신 살짝 박신양 톤으로 "자주 오겠다고 해짜나요 제가" 부터 말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처음에 응?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영지씨가 가르친 거였다 ㅋㅋㅋㅋ 서로가 각자가 준비해온 말을 까먹을까봐 서둘러 내지르고 푸하하 웃고. 슬로건에 적힌 걸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정말 기적이네" 라고 말했다. 무튼 타이밍 살짝 어긋나 어색하게 슬로건 내렸더니 다시 들어줄 수 있냐고, 암요, 바로 당장 다시 듭니다. 나중에 사진 찍자고.
 
밴드멤버들 다들 저마다 편하고 좋아하는 스타일로 입은 착장도 좋았고(료짱의 레트로 빨간 체크 점퍼 ㅋㅋㅋㅋ). 파란 후드와 소라색 티 레이어드 해서 입은 이 귀여운 마흔다섯 뭐죠?! 아 너무 귀엽네. 착장부터 편하게 놀러온 느낌이 물씬이라 너무 좋았다.
 
그리고 (내맘대로) 겨울 데이트 메들리 시작.
ミスユー / Miss You. 아니 미스유라고요?! 나 들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음. 올 겨울 내내 듣고, 제주 가서도 듣고, 매일 아침 추우면 듣고, 퇴근길에 추우면 듣고 했던 그 미스유라고요? 내가 꽂혔던 건 사실 그 이번 셋리 관련 점지를 받았던 거임?! 이 때 머리를 한 번 쥐어뜯었던 거 같음. 하 아침에 미용실 다녀왔더니 언니가 "왜 예쁘게 보이려고?" 했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기껏 4열에서 보여준 건 머리를 쥐어뜯는 거였던 거 같음... " さよならあなた" 를 제가 라이브로 듣는다구요. 무언가를 놓고, 보내는 순간과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순간이 중첩되는 이 곡을 이렇게 듣다니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미스유 라이브로 들었으니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음 (Count 2).
♪ 時が過ぎ / 風が運ぶように / 歩き出し / 痛みが消えていく度 / 消えるあの人を見た / 始まりの景色 (시간이 흘러 / 바람에 나르듯 / 걷기 시작해 / 아픔이 사라져갈 때마다 / 보게 된 사라진 그 사람 / 시작의 풍경)
 
그리고 희극Eden.
희극을 부를 때 다같이 "さあうちに帰ろうか / 今日は何食べようか (자 집으로 돌아갈까,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라고 하면 진짜 데이트하는 것 같고 좋다구요. Eden에서 미러볼을 통해 부서지는 조명은 몇 번을 봐도 아름답고. 랩 부분에서 눈을 감고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거리며 잠겨드는 그를 눈에 담는 게 또 얼마나 영원같은지.
♪ If you let some people tell it / It don't matter if you made it / If you can't put your people on / Boy, these times they got me faded / Obvious that something's wrong / Okay, different day, different dollar, get your stuff together
 
물론 미스유는 항상 장마가 끝나고 여름이 끝난 가을의 시작을 떠올렸고, 희극은 작사의 배경 때문에 봄의 벚꽃을 떠올릴 수 밖에 없지만, 감미로움으로 따지면 이건 겨울 곡이다. 서울 춥죠, 다같이 포근한 겨울 데이트를 합시다, 네!!!
 
아 그리고 이 세 곡은 정말로 밴드 멤버들이 마음껏 그루브할 수 있는 곡들이라 라이브로 듣고 나면 자연스레 모든 악기 각각의 연주를 귀담아 듣게 된다. 그 때의 풍성함과 황홀함이 정말 대단하다. 건반은 건반대로, 드럼은 드럼대로, 기타를 기타대로 이렇게 서로 어울려 섹시할 수 있나. 후. 특히 지난번 타케쨩(색소폰 & 플루트)만 왔던 MAD HOPE의 서울콘과 달리 트럼펫과 트럼본이 모두 오며 관악 멤버가 다 왔는데, 정말루요. 이번에 겐상만 즐기러 온 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자기 나름대로 제대로 즐기러 왔다 하는 게 보여 덩달아 너무 좋고, 그렇게 신난 세션 멤버들이 진짜 멋진 제각자의 솔로들을 할 때 그 옆에 가서 리듬을 타며 그 연주를 누구보다 몰입하여 감상하는 겐상은 더 좋고. 아저씨, 당신이 모으고 당신이 만든거라구요.
 
두번째 MC. 한껏 올라온 만족감 속에 밴드 소개. 그리고 나서 말하길 POP VIRUS World Tour 때 한국은 못왔었는데 그 때 불렀던 노래들을 꼭 부르고 싶었다고. 여기서 다들 진짜 제각자 무수히 많은 곡들을 떠올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그 때 상해가고, 타이페이 갈 때 왜 우리는 안 오냐 그랬는데 ㅠ 그 때의 설움을 꼭 집어 달래주다니, 하 참)
 
그리고 시작한 Continues. 와 그 많은 곡 중 Continues 를요. 저는 팝바의 공식 타이틀은 'Pop Virus' 지만 어떤 매듭이자 전제는 이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을 조금씩 담아 만든 소중한 곡.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는 그것. 그리고 그의 우상인 호소노 하루오미에 대한 경의를 표한 곡. 이걸 들었을 때 SUN에 이어서 무슨 기분이었냐면, 그 뭐지. 번번히 때가 안 맞아 그 쪽에서 거절했던 소개팅 자리가 마침내 지난 9월 성사되어 만났는데 진짜 너무 크게 서로 마음에 맞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번 애프터 때 진짜 절절하고 압축적이고 핵심적인 자기소개서 들고 나온 사람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그 날 저희가 하루 함께 놀며 느꼈던 것들을 정리하면 네, 당신이 바로 보았습니다, 이것입니다, 저를 제대로 한 번 더 알아주세요, 하는. 그래서 이 공연의 셋리는 진짜 둘도 없는 러브레터였다. 진짜, 아나타, 셋리 짜면서 무슨 생각 하셨냐구요!!! 이러다 다음 애프터 땐 청혼 받겠네. 아니 공연 후반 MC 때 이제 "ふつうに" 한국 오겠다고 말한 거 청혼이었나. 그런 것 같다. 그런 걸로 하자.
 
그리고 Continues는 그의 첫 아레나 투어 공연의 타이틀이다. "音楽は受け継がれ、繋がってい (음악은 이어지고, 연결되어간다)" 라는 부제를 단. 해외팬들에 대하여 아직 추상적으로나마 상상했을 2017년 아레나 투어 때의 시절과 추억까지 한 번에 수복(?)하는 선곡. 동시에 우리가 여기까지 온 연유에 대한 그의 유구한 이해, 음악에의 감사를 분명하게 전하며 컨센서스를 맞추는 선곡.
♪ 君が燃やす想いは 次の何かを照らすんだ (네가 불태우는 마음은 다음의 무언가를 비출거야)
 
그리고 다음 곡 Tokiyo. 토키요를 해준다고요? 제가 토키요를 라이브로 듣는다구요? 저 그냥 가나가와현 쇼난다이역 가서 들으려고 했는데요?! 그런데 진짜 "우고키다세" 하자마자 모두의 탄성으로 인스파이어 약간 흔들리지 않았는지, 정말임. 진짜 등 뒤에서 9천명의 사람들 모두가 기뻐하는게 진동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만큼 진짜 다들 개신나게 불렀고, 그는 2절에서 다리를 후들거리며 개구장이짓을 제대로 했다. 진짜 제가 겐상이랑 이렇게 가깝게 "Bye Bye"를 하며 손을 흔든다구요. 진짜 너무 신나서 영원히 바이바이 하고 싶었네.
♪ その時には / バイバイ
 
한국 단독 공연이라는 것은, 이에 맞춘 새로운 VCR 영상이 있고, 한글 자막이 달린다는 것입니다. 지난번 "When do you get into Gen Hoshino?"라는 영문 제목이 달렸던 영상이 업그레이드되어 "Gen Hoshino를 언제 좋아하게 되었나요? (정확한 워딩은 틀릴 수 있음)" 식으로 한글 제목이 달려옴 ㅠㅜㅠㅜㅠㅜ MV 영상들로만 구성되었던 지난 VCR 대비 이번엔 최근 MV와 (9월 공연 이후로 MV 4개 더 나온 거 진짜... 이 워커홀릭아) Behind The Scene 까지 추가하여 재구성된 것들이었다 (물론 이 영상은 곧 이어질 코멘터리 투어에도 쓰이지 않을까?!). 너무... 너무... 좋았구요. 몇 번씩 본 장면들인데 또 넉 놓고 보며 부분부분 탄성어린 신음을... 진짜 이런 일대기 영상 제발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아 이 때 너무나 좋아하는 'Kids'가 BGM 이라서 또 한 번 엉엉.
 
뒤쪽 무대로 가서 히키가타리를 하겠다고 했다. 요코하마 땐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는데, 이번엔 뚜벅뚜벅 걸어서 이동했다. 아아아아아아아. 저는 4열이어서 의자에 앉아 뒤를 돌아 봤는데요. 제가 어제 저녁 운동을 가서 목과 등근육을 푼 건, 이 때 고개를 잘 돌리기 위함이었군요 (요새 90도도 안 돌아가던 상태였음). 히키가타리를 할 땐 그에게만 조명이 떨어지니까 꽤 어둠에 잠기게 되는데 정면이나 옆에서는 그 조명에 비춘 겐상을 보지만, 그의 뒤편에서 100% 어둠 속에 잠기는 것은 또 낯선 감각이었다. 눈을 감고 들으면 진짜 우주에 남을 수 있었다. 무튼 이로써 히키가타리를 하는 겐상의 정면, 오른쪽 옆면, 뒷면을 봤으니, 이제 다음은 왼쪽 옆면만 보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히키가타리 셋리야 말로 항상 '1-2집도 들었나요' 시험 보는 것 같다 ㅋㅋㅋ 이번 출제작은 '노부부(老夫婦)' 였습니다!!! 일본어 공부한 보람이 있다. 진짜 쉽고 짧은 가사지만 눈을 감고 무슨 뜻인지 모두 이해해가며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냈습니다 하하. 그동안은 아무리 그래도 미리 외운 가사, 미리 그린 이미지를 상기해가며 들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 노래에 맞춰 그림을 그리며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슬퍼서 조금 훌쩍였습니다!!!
♪ おじいさんは 歩いてゆく/ おばあさんの 好きな場所 / なにもないし / なにもしない / ただ来てみただけさ (할아버지는 걸어가 / 할머니가 좋아하는 장소 / 아무것도 아니고 / 아무것도 하지 않아 / 그저 와 봤을 뿐이야)
 
1집의 '노부부'를 부르고, 6집의 '暗闇(어둠)'을. 언제나 숨죽여 듣게 된다. "どうでもいいぞと勇ましく(아무래도 괜찮다고, 용감하게)"를 두 번 되뇌이는 마지막에서, 아까 낮에 언니와 용기와 결단, 혹은 결심에 대해 이야기했던 게 잠시 생각났다. 나이를 들어갈수록 필요한 것은 용기. 호그와트의 학생일 때보다 오히려 더 지금 자주 생각하며 그린핀도르 애들 대단한데 - 하고 생각하게 되는 용기.
♪ ひとりの夜に 憧れ後悔 (혼자 있는 밤, 후회와 동경)
 
일본에서 공연할 때 개인멘트가 많다면 "시끄러워, 조용히해!" 라고도 말하는 사람인데, 이날 사람들이 귀엽다, 멋있다, 저마다의 말을 하니까 "오늘 하루 뿐이니까 더 해보세요" 라고 아주 판을 깔아주었다. 그랬더니 정말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말을 쏟아내는데, 그게 앞쪽에서 등 돌려 바라본 나에겐 그 뒷편의 모든 객석이 하나의 합창무대처럼 보이고, 화음처럼 전해들려왔다. 그러자 그도 조율하다 말고 파하하항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나 그 웃음이 터지는 그 뒷모습이 너무 좋아서 내 기억 속 장면을 어디에 박제해두고 싶다. 이렇게 시끄러운데서 기타 조율해보기 처음이라고. 하하. 나 그거 진짜, 너무 대놓고 하는 사랑고백이고, 편애였다고 생각해. 그래서 떠올릴때마다 그냥 가슴이 떨려.
 
이 때 어떤 걸걸한 남성분이 "엉덩이 만지고 싶다" 라고 말했고, "일본어 잘하시네요! 절대 만지지 말아주세요!" 라고 답하기도. 또 "끝내지 말자"는 말에 "그럼 우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놀까" 했던 것도. 쉰 되시기 전에, 저 마흔 되기 전에 밤샘콘 어떠세요, 님 야행성이라서 그 때부터 진짜인거 다 알아요.
 
그리고 마지막 히키가타리라며 "시시함속에"의 전주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떡하죠. 어떡하죠. 아니, 저 이거 라이브로 듣는다구요?! 아? 이걸 라이브로 들을 마음의 준비 안 하고 왔는데요!? 그 땐 공연장에 모두 불이 들어오고, 스크린에서도 그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보지 않고 그냥 들었다. 왜 이렇게 다 퍼주세요, 다음에 오셔서 뭐 하시려구요 (물론 다음엔 오셔서 썸소 버전으로 관악이랑 편곡한 버전 들려주세요). 아아아아아아아. "僕は時代のものじゃなくて / あなたのものになりたいん (나는 시대의 것이 아니라 / 당신의 것이 되고 싶어)"를 직접 듣다니. 마흔 이후엔 항상 진성으로 올려 부르는 "아이(愛)가"를 직접 듣다니. 아아아아아아아. 이쯤에서 한 번 끊고 다시 7시부터 재생하고 싶었다 (Count 3). 
♪ 希望がないと不便だよな マンガみたいに (희망이 없다면 불편하겠지, 만화처럼) ... 人は笑うように生きる (사람은 웃듯이 살아가)
 
그리고 이번엔 공연장의 오른편으로 뚜벅뚜벅 걸어서 무대 뒤로 들어갔다.
 
1집 노래 중에서도 SAKEROCK 때와 이어지는 '老夫婦'를, 그리고 가장 최근의 6집의 ' 暗闇'을, 2집의 타이틀이자 최근 BRUTUS에서 100대 러브송에도 들어가며 사랑받는 대표 노래이기도 한 'くだらないの中に'를 부른다는게 다시금 그간의 시간을 빠짐없이 메우는 셋리였다. 굳이 이렇게 분석적(?)으로 굴지 않아도 그저 좋은데 계속 하나씩 곱씹게된다. 곱씹다보면 으헝, 도대체 무슨 마음이었던거야 하며 감동이 끝나질 않는달까. 'くだらないの中に'는 2015년에 무도관 무대에서 아주 예전에 작사작곡을 했던 좁은 방을 재현하며 부르기도 했었고, 2023년 SUMMER SONIC 큐레이팅 스테이지에서도 공연했었다. 종종 정말 중요한 무대에 소중하게 연출/편곡되어 등장하는 노래인 것을 아니까. 으헝.
 
내가 진짜 미치는 건 그가 이렇게 일일이 따져보며, 다 계산해서 넣은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만들어온 곡과 해온 공연들이 정확하게 본인 안에 있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전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자, 자연스럽게 감각적으로 "하고 싶다" 하며 꺼내진 것들이 꿰맞춰진 것이겠지. 그리고 나서 살펴 보며 '무언가를 집요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파도 재미있고, 저렇게 갖다붙여도 좋아하겠구나' 어느정도 말이 되는 것을 확인하고, 이건 선물할만한 한 것이구나 똑똑히 결론 내린 채 예쁘게 마지막 갈무리를 하여 내보내는 것일 거라는 것. 그런 믿음이 있다. 진심 너무 섹시함. 아아아아아아아. 그냥 들어도 직관적으로 좋고, 도상학을 하듯 뜯어먹자 달려들어도 좋은 걸, 아직 지식과 덕력, 분석력이 미천하여 다 이해하지 못한 게 많아 통탄스러운 걸 주는 사람이 너무... 너무다...
 
그리고 이 다음 VCR이 또 한 번 마음의 핵심을 저격하는데. 'Memories' 를 배경으로, 겐상 한국와서 찍은 프로그램과 영상 화보의 백스테이지 스틸 컷, 그리고 ▶자신이 핸드폰 또는 필름카메로 찍은 서울 곳곳의 사진◀을 찬찬히 보여줬다... 진짜 사람 미치는 꼴을 보려고. 미칠 줄 알았지. 우리가 이거 기다리는 거 알았지. 하, 그냥 이 영상을 어디에 가두고 싶었다. 진짜 꼭 다시 보고 싶은데, 그냥 우리끼리만 보자 싶은. 겐상이 다녀간 서울 곳곳 중 정말 바로 아는 곳이 나올 때마다 언니와 손을 맞잡으며 내적 호들갑을. 부장님 빨간 광역버스 3100번 왜 찍었어요, 통인시장이랑 대오서점 하는 산책길 너무 좋죠, 저도 서촌 좋아해요, 을지맥옥도 가셨군요, 사람 너무 많지 않았나요!!! 지큐 코리아 화보 찍은 영화관 빈 좌석 흔들리게 괜히 한 번 더 찍은 것도 너무 애틋하고 좋네요!!! 겨울 나무의 빈 가지, 그 안에 가득 담긴 시린 하늘 같은 거 - 당신도 가끔 올려다보며 찍는군요!!! 진짜, 한국 단독 공연? 한국 특별 '어디에도 없는 사진전'을 이렇게 뚱뚱하게 열어주신다구요. 이럼 어떡해요, 다음은 어쩌시려고 그래요. 이거 누구 기획이에요.
 
그렇게 막 꺼낸 군고구마 봉다리보다 뜨뜻한 영상이 끝나고, 갑자기 무대에 붉고 위험한 조명들이 몸서리를 치더니 사요나라. 아 오늘도 하나요, 사요나라 - 매드홉 - 스타 릴레이. 후쿠오카 - 올림픽홀 - 요코하마 차례로 무대와 조금씩 더 가까워졌는데, 그 종교의식이 치뤄지고 신이 등장하는 무대에 점점 더 가까워진다는 거 무슨 의미인지? 저 괜찮은건지?! 투어 이후 공개된 YM+ 인터뷰를 통해 Mad Hope이 철저하게 무대 위 합주만을 떠올리며 진짜 직관과 본능에 따라 쓴 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에 보는 라이브란. 그리고 그는 한 쪽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타를 메고, 또 기타를 벗고, 손을 위로 뻗고. 그리고 진심의 "ありがとう"가 아니라 "감사합니다"를 터트렸다. 그리고 이 미친 매드홉 직후 틈도 주지 않고 흐르는 스타 전주 왜케 좋으냐. 모드를 탁 바꿔 가볍게 뛰는 그가 왜 그렇게 다른 생명체같은지, 볼 때마다.
♪ いのちは輝いた (생명은 빛났어)

그리고 진짜 기다렸으며 기대했다는 듯 우리에게 야무지게 마이크를 아예 넘겨버리는. 떼창을 만끽하는 그 얼굴. 얼굴!!! ‘스키오겐니’ 할 때 진짜 고무고무열매 드셨나 싶게 팔을 쭉 뻗어 마이크를 넘기셨는데, 제가 너무 몰입한 나머지, 저희 잘 했는지 모르겠네요?! 신나셨나요, 어떻게 한 번 더 할까요.

그리고 Melody 였다. 으헝. (Count 4) 요코하마 앵콜공연 때 듣고 정말 ‘Melody 라이브 한 번만 더 듣게 해주세요’ 하고 트위터에 몇 번을 썼는지 모른다. 관악이 밀고들어오는 이 편곡, 너무 황홀하고 진짜 너무 아름답다. 사실 '彼の 陽の 樹の 実の 血の 色' 할 때 가사 정확히 외우지 못했어서 "기출문제였고 분명 예상문제였는데 공부 안 해서 혼날 만하네, 나!" 하고 스스로를 꾸짖음... 쨋든 9월 공연 땐 다들 미리 이 부분을 열심히 외워서 모든 공연이 끝나고 Outro로 나올 때 반주 없이 화음 넣어 불렀었다. 그 때 그걸 다시 재현해줄 수 있으면 좋았으련만. 제가 플로어라 잘 안 들렸던 거쥬..? 저만 공부 안 한 거쥬? 뒷편의 9천명 믿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관악이 단계적으로 쌓아지며 밀고들어올 때 진짜 고개가 위로 턱 젖혀짐, 너무 좋아서 기절하는 줄.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으면 원이 없을거라 했는데, 아니네요. 또 듣고 싶네요.
♪ 私は Melody 

MC. 즐겁다고, 즐겁다고 했다. 행복하다고 했다. 으헝 ㅠㅜ 행복하시다구요, 저두요. 그리고 이제 <Gen> 앨범에서 가장 어려운 노래를 하겠다고. 이 때 막 료짱이랑 ‘그렇지그렇지’ 고개 끄덕이며 헛둘헛둘 스트레칭하고, 드럼 이부키상 팔돌리기 하고 “뭔데뭔데”. 이 때도 사람들 저마다 머리 굴리는 소리 다 들린 것 같음. 물론 내 머릿속 소리도. "뭐야 설마 Glitch?" "생명체?" 언니랑 뭐지뭐지하며 눈 마주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땡, 정답은 "창조"였습니다. 그렇죠, 창조 힘들죠! "Play it over again"부터 너무 신남. 이번 홍백 때 닌텐도 박물관 라이브 생각나면서 진짜 더 너무너무 좋고, 제대로 놀았네. "창조"는 확실히 라이브로 듣고 놀 때 진짜 좋다. 그리고 의미있는 곡인만큼 그도 정말로 신나서 노는 것이 보여서 더 좋다.
♪ 僕らふざけた生き物脆く/ ひしゃげた文明の / 制約の屋内で / 気をずらして外側 (우리들은 우스운 생명체야 연약하고 / 일그러진 문명의 제약 안에서 / 살짝 비틀어 바깥으로) 
 
Weekend. 금요일 밤에 듣는 Weekend 얼마나 좋은데요. 그리고 겐상 이제 작정하고 우리를 노래시킴. 무대 좌 우 중간 뒤 모두 각각 후렴 + 나나나를 열창시키며 계속 "못또~", "못또~" 해서 뒤에서 두번째부턴 사실 좀 힘들었는데, 어떡하겠어, 시키면 해야지! 아니 그리고 우리 떼창시켜놓고 작정하고 인이어 빼고 무대 좌우 날라다니며 혼잣말하듯 "이이네" "이이네" 하면. 그걸. 그걸!!!! 하, 진짜요!!! 너무 우리를 만끽하시면, 저희를 그렇게 느끼시면, 예?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예? 제 기분이 이상하다구요! 그리고 지난 투어 때는 하지 않았던 (했었나요?!) 진짜 신났을 때의 좌우 댄스를 하시구요. 그거 예? 돔투어 때 하셨던 그거! 그 땐 일레븐 플레이도 있었고, 응? 돔에 걸맞는 퍼포먼스로 짜여진 리액션(?)이었다면 이번엔 일레븐 플레이도 없고 정말 진심으로 즐기느라 온 몸에서 우러나온 몸동작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확인하려고 이 글 쓰다말고 돔투어 때 Weekend 영상 보는데, 이 때도 표정 좋네 (당연하지).
 

네가 웃으면 나는 좋아~

 
그래서 Yellow Voyage 때 Weekend 영상도 다시 봤는데,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잘생겼다" 중얼거려서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편이 어이없게 웃음. 나도 멋쩍게 웃음.
 

왜요, 셔츠+타이+서스펜더 좋아하면 안되나요? (찔림)

 
이러느라 후기를 쓰는게 오래걸리지!!!
 
매일 금요일이면 좋겠다. 매순간이 Weekend의 주말의 길목이면 좋겠다.
♪ 夢から目が覚めたら君を連れて 未来を今, 踊る / 週末の街角朝まで 身体を交わそう (꿈에서 깨어나면 너를 데리고 미래를 지금 춤출 거야 / 주말의 길목에서 아침까지 몸을 뒤섞자)
 
정신없이 놀면서도 점점 끝이 다가오는 것을 감각하고 있었지만 극구 모르는 척 하다가 그가 이제 마지막 한 곡이 남았다고 말해버렸다. 아니요, 아니요!!! 분명 앵콜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때부턴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마지막 한 곡을 시작하지 못하게 하는, 끝을 시작하지 못하게 하는. 그리고 그가 지난번에 무척이나 좋아했던 "겐상" 연호도 실컷 했다. 히히, 좋아하더라, 히히. 다행히 앵콜이 있다며, 그런데 네 곡이라며 그도 이렇게 긴 앵콜이 민망한지 수줍게 웃었다. 아뇨! 앵콜로 사십곡을 하셔도 됩니다! 혼자 어이없어 하지 마시라구욧-!!!

그래서 일단 마지막 곡은 Eureka. 아마 지독하고 고독했을 시기를 지나 작년 연초 완성한 노래였다. "숨을 다시 내쉬었(息を吹き返した)"다는 것, "나로 있는 날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私でいる日々が 動き出していた)"다는 것은 정말이었겠지. 지난 투어 내내 우리가 밝아지는 창밖인 것처럼, 우리에게 빛을 들이는 것처럼 객석을 비추던 조명은, 투어 앵콜공연에 이르러 그에게 비추었다. 마지막엔 그에게도 빛이 들었다. 그게 정말로, 정말로 기뻤었다. 그리고 오늘은 서서히 밝아지며 모두를 빛냈다. 무척 편안하게 점점 밝아졌다. 마치 우리가 밤하늘이 밝아져올 때까지 여기서 내내 이야기해왔다는 듯이. 그래서 그게 또 정말 감격스러웠다.
♪ 明ける夜空ここで話そう / "今"は過去と未来の先にあるんだ / 君はうまくいくだろう / 無責任な言葉でも (밝아오는 밤하늘 아래, 여기서 이야기 하자 / '지금'은 과거와 미래 그 너머에 있어 / 너는 잘 해낼거야 / 무책임한 말일지라도) 
 
이 노래를 울먹이지 않고, 이렇게 기분좋게, 행복하게 부를 수도 있다니. 한 차례 넘어온 것을 아니까. 그게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니, 누릴만하다 하며 소중한 기분으로 부를 수 있다니.
 
그리고 아저씨 진짜, 다음날 생각않고 맘껏 부르겠다고 하신 거 뭔지 알았습니다. 어흐흑.
 
스크린에 '약속' 메인 이미지가 떴다.
Weekend "나나나"에 Eureka "라라라"를 "못또" 연속으로 했더니 정말 진이 빠져 잠시 털썩 앉아서... 아 앵콜외쳐야지. 힘들었다. 겐상보다 내가 더 힘든 것 같아. 아니겠지. 아 힘들어. 기분 좋아.
 
앵콜을 연호하다보니 다시 조명이 어두워지고 영상에 "그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라는 한글 자막이! 누구? 누구?? 언니와 또 눈이 동그래져 마주보았다. 나 약간 제정신이 아니어서 "혹시 영지?" 라고 했는데, 땡! 니세 아키라데시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겐상, 닭한마리 얼마나 맛있었던거냐!!! 니세한테도 자랑하고 말야!!! 니세도 그새 와서 먹고 간거냐!!! 약간의 설정충돌은 모른척 하자!!! 아니 진짜 니세상의 주옥같은 멘트에 적절한 한국어+영어 혼용 자막, 킹받구요. 근데 감지덕지이구요. 니세상 생일에도 알바하느라 못 오셨다고. 마지막에 "당신의 연인, 니세 아키라" 라고 하며 키스할 때, 나 또 진짜 길게 키스할까봐 약간 겁먹었었다.

그리고 무대 위에 하나 둘 밴드멤버들이 올라오면서 저희 겐상도 등장했는데요!!?!!?!!?!!? 아니 부장님!!!!! 제가 부장님이라고 놀렸다고, 진짜 부장님 등산복을 입고 나오시면 어떡하십니까?!!?!?!?!?!!! 나 이 때 너무 정말 진짜로 당황했다. 아니 어지간하면 겐상이든 누구든 착장으로 뭐라 하고 싶지는 않은데, 아니, 저기요? 저 위에 네? 쓰리피스 입고, 서스펜더 메고, 그러실 줄 아시던 분이요? 나 정말 순간 그간의 모든 멋진 착장들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가며 네? 진짜 돔투어 때 파란 롱자켓 갖고오라고, 진짜 너무 당황했어. 그래서 진짜로 Pop Virus 초반에 약간 집중을 못했다. 아니 그런 스타일의 바막 좋아하시는 건 아는데 팝바 땐 그게 검정색이었구요? 지금은 메뚜기 초록색이잖아요? 그걸 다 닫아입고 레이어드요? 아뇨, 저기요?! 근데 그 정도되면 자기 옷은 자기 고집으로 입을 것 같아서 누굴 탓할 수도 없음. 왜, 도대체 왜요. 아까 더우시다면서요, 지퍼라도 내려입으시던가. 정말 벗기고 싶다. 벗으라고 하고 싶다. 갈아입히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이가 없어서 허.. 허허.. 허허... 하며 약간 얼빠져 듣고 있었는데, "시작은 불꽃이나 야만이 아니라 음악이었어 (始まりは 炎や 棒きれではなく 音楽だった)"를 "시작은 그날 당신과 나눈 약속이었어 (始まりは あの日 あなたと交わした 約束だった)"라고 낯설지만 똑똑히 들리는 "약속" - 개사를 해서 부르는 것이 아닌가!!! 내가 뭘 들은거지? 하고 번쩍 정신을 차렸는데 다시 한 번 "한 박자의 영원을"이 "영지와의 약속을" 으로 (약속!) 분명 바꿔불렀고, 갑자기 영지씨 등장하며 다시 마지막에 "그 날의 약속을" (약속!)으로 바꿔부르면-! 네!!!! 옷 가지고 뭐라고 한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니 개사를요? 진짜 이 약속, 당신에게 뭡니까?!!!?! 아니 왜케 사람에게 감동을 줘요!!! 아니!!!!! 이 싸람아!!
 
이 약속을 성사시킨 (이미 그 전에 얘기되고 있던 공연이라고 했지만, 아닙니다, 저희는 영지씨가 성사시킨, 도장콱, 복사까지 시킨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지씨가 나오자 다들 일단 이영지 이영지 연호부터 시작. 은인이시기 때문에. 그리고 또 진짜 둘이서 잼있는 만담을 했다. 나는 진짜 그가 삼촌 뻘(잘하면 아빠도 가능)이라는 것이... 믿으면서도 믿겨지지 않으면서 믿겨지고, 그게 좋아. (영지씨, 이 진지한 아저씨랑 이야기하는거 진짜 괜찮나요?) 무튼 둘이서 또 한바탕 만담을 주고 받는데, 그 때 겐상과 둘을 보는 밴드멤버들의 표정이 더 보는 재미가 있다. 되게 훈훈하면서도 즐겁게 둘을 지켜보고 있어. 어때요, 저 사람의 저런 모습, 익숙한가요, 낯선가요.
 
영지씨가 "겐상 제가 가르쳐준 말 하셨어요?" 라고 했고 그가 "웅!" 이라고 뿌듯하게 끄덕였는데, 그 순간 뭔지 모르겠어서 "응?" 싶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첫 MC 때 냅따 한 "자쥬 오게따고 해짜나요, 제가!!!" 하는 그 톤 그 말이 영지씨가 가르쳐줬던 거라는 걸 알자 진짜 파하하하.
 
영지씨가 잠시 통역을 중단시키고 하는 말이 점점 길어지자, 웃음을 잃지않지만 자못 진지해지던 그의 @_@ 표정도 당연히 귀여웠고.
 
그리고 영지씨 지난번보다 더 당당하고 자신있게, 우리를 휘어잡으며 떼랩을 시키며 시작하는 "2". 그 영지씨 너무 아름다우셔서, 퍼 가디건 한 쪽이 흘러내리며 드러난 어깨가 진짜 너무 예쁘셔서 저 계속 그걸 보느라... 오늘 경찰과 도둑 영상 공개되면 실시간 스토리도 하고 싶으셨을 것 같은데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 でも1人の2人が集まって 強力な独りになるということ (그래도 한 사람, 그리고 둘이 되어 강력한 '혼자'가 된다는 것)... 笑う僕らに勝つ者はない永遠に (웃고 있는 우릴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어)
 

땡큐 티처

 
일본어에 서툰 영지씨가 "내일봐(またあした)"하며 들어갈 때 "내일은 없어요!" 하며 끝까지 두 분 만담하시고. 깔깔.
 
그리고 첫 등산복의 여파로 네 곡의 앵콜곡 카운트를 제대로 시작을 못했는데, 이제 두 곡 남았다. 여기서 Hello Song이 흐르자 그럼 도대체 마지막 곡이 뭐야??? 싶었다. 그런데 Hello Song은 또 Hello Song 이잖아? 일단 부름. 일단 춤을 춤. 아까 Tokiyo에서 마음의 넘쳐나는 것들을 보내며 "바이바이"를 외치며 손을 흔들 때와는 또 다르게 "웃으면서 다시 만나요" 라고 외치며 손을 흔들면 얼마나 또 재미있는지. 얼마나 또 기분이 최강이되는지.
♪ 僕たちは骸を越えてきた / 少しでも先へ / 時空をすべて繋いだ (우리는 죽은이들을 넘어왔고 / 조금이나마 더 앞으로 / 시공을 이어왔지) ... 笑顔で会いましょう (웃으며 다시 만나요)
 
그리고 진짜 진짜 마지막 곡만 남아버렸다. 세 곡 안 한 거 같은데, 세 곡 했다. 이제 '넷'은 손가락을 네 개 접고 새끼손가락 하나만 펴는 것으로 하면 안되는지?! 한 곡 남았다. 다들 많이 붙잡았던 것 같다. 아쉽다고. 더 하자고. 저마다 "겐상"과 "앵콜"을 외치자 그가 파하하 또 웃음을 터트리며 "겐콜"처럼 들린다고 했다. 아이, 웃지마요. 저희 지금 간절하다구요.
 
이렇게 이 모두가 만나는 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이 전부가 다시 모이는 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고, 절대로.
그러니까 지금이 소중한 거라고. 전혀 다른 배경 속에 있었지만 우리가 이렇게 같은 곳에 보며 같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게 기쁘고, 정말 행복하다고. 와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그러니까 아쉽지만, 지금, 제대로. CD든, 레코든, 유튜브든 뭐든 좋으니 제 음악을 앞으로도 많이 들어주세요. 그 안에는 제가 있으니까요. 다시 만나요. "호시노겐 데시타!" 

그리고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음? 사쿠라다상의 건반, 그리고 준고 상의 베이스가 시작하고, 고개로 박자를 맞추며 아쉽고 후련하고 소중하다는 듯 천천히 객석을 둘러보는 그. Friend Ship이구나. いつかまた 会えるかな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 雲の先を 気にしながら (구름 너머를 신경쓰며) / 口の中 飲み込んだ (입 안 가득한 말을 삼키고) / 景色がひとつ 水の底に消えた (경치가 하나되어 물 밑으로 사라져) - 그렇게 또박또박, 꾹꾹 눌러 적는 헤어짐의 편지를. 아 이게 오늘 우리 마지막 곡이었구나, 이거였구나. 오늘 이해하지 못한 건 하나도 없었지만 모든 게 이해되는 기분이었다. 툴툴툴 자연스럽게 펼쳐지던 실타래가 남은 한바퀴마저 사르르 풀리는 것과 같았다. 진짜 아름다운 노래니까. 이 노래 말고는 오늘의 라스트가 될 수 있는 곡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君の手を握るたびに (너의 손을 잡을 때마다) / わからないまま (모르는채로) / 胸の窓開けるたびに (마음의 창이 열릴 때마다) / わからないまま (모르는채로) / 笑い合うさま (서로 웃은 모습으로)
이 노래에서 체념보단 조금 더 좋은 것으로 힘을 빼고 "わからないまま"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나직하게 '모르는 것'을 받아들이며 한참을 따라부르다보니... 아니 잠깐 이거. 혹시.... 기타를.... 해...?지금 이 타이밍에...? 막곡인데 그 기타를 한다고...?
라는 생각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 순간, 옆에서 누가 그에게 기타를 둘러메주고 있었다. 미친. 언니랑 동시에 서로 쳐다보고. 마지막으로 머리 한 번 더 뜯고 그대로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숨도 못쉬고.
 
https://youtu.be/VyQjlLky_cY?si=qLQqJQ1KvisTWTWm

Friend Ship(Live at Osaka Jo Hall 2016)

 
네. 이걸 직관했습니다.
아니 이 때보다 더 좋았습니다.
 
그가 기타를 끌어안고 (네?) 미친듯이 연주를 하기 시작하더니 (네?) (제가 지금 뭘 보고 있는거죠?) (헙) 무언가 옆으로 튕겨나가고 (네?). 하, 하며 씩 웃더니. 오른팔 소매를 걷어붙이더니. 다시 씩 웃고. 다시 기타에 빠져 온 몸으로 연주를 하고. 그도 입술을 꽉 깨물고. 완주를.
 
나 그냥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입을 꽉 막고, 숨을 꽉 참고, 아니, 저.
그런데 그 걷어붙인 오른팔뚝. 저, 팔뚝에 솜털까지 본 것 같은데. 아닌가? 너무 집중해서 노려봄.
 
나 공연이 끝나고 나서 지금까지(+Day4) 계속 그 씩 웃고 팔을 걷고 씩 웃고 그저 기타를 쳐내려가던 그 모든 장면이 아직도 천천히 슬로우모션으로 몇 번이고 되살아난다. 초록색 바막이 그렇게 소매가 섹시한 옷인지 몰랐다.
 
마흔 다섯, 연주경력 이십몇년차에 여전히 피크를 뽀개먹는 남자.
 
공연의 모든 순간이 진짜 좋았는데, 토요일 아침엔 일어나서 이것밖에 기억이 안나서, 아니 그 기억에서 다른 기억으로 도무지 넘어갈 수 없이 무한 반복이라, 그런데 진짜 내가 본 걸 어딘가에 자랑하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하. 그래서 제가 주말에 823km를 달렸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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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나란히 서 손을 꼭 잡고 깊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아, Friend Ship 끝날 때 드디어 끝났다는 듯 드럼스틱 시원하게 뒤로 던지는 이부키상 보았습니다) 밴드 멤버들이 모두 내려간 다음에도 한참을, 객석 구석구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추우니까 조심히 들어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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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셔틀 버스를 놓칠까봐 언니와 "다리가 후들거려!" 하면서 엄청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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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적어야할지 모르겠었지만 꼭 기록해두고 싶은 것.
 
사쿠라다상과 비교적 가까워 좋았다. 밴드 멤버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하나 꼽거나 순위를 매길 수는 없지만, 그의 라이브 때 가장 조용하게, 그러나 가장 묵직하게, 온 몸으로 건반을 연주하는 사쿠라다상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또 너무 가까운 나머지 이번엔 무대를 고루 볼 틈도 없이 겐상만 계속 보았지만, 그래도 가끔씩 눈을 돌려 건반을 연주하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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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대체 언제였는지 모르겠는데!!!! 끊임없이 그를 외치는 모두에게 그가 '그래그래' 하는 톤으로 "겐쨩다요" 라고 말했다. 그 짧고 굵고 다정하고 애정어린 목소리가 잊혀지질 않아!!! 아니 평소에 '겐상'이라고 선 긋는 분이 겐쨩이요?! 젠장... 너무 좋아서 욕 나와... 하...
 

이쯤되니 저 바막도 괜찮은 거 같아
어떻게, 저를 죽여요, 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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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좋았던 건. 나와는 다른, 공항 방면의 셔틀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Koi'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
(공연이 끝나고나서나 오늘 'Koi'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마저 너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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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공연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주말 내내 사람들이 하루 종일, 회사와 학교에 잡혀가지 않고, 생생한 명문들을 쓰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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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오늘 라디오 전에 후기를 마무리 짓고 싶어서 급하게 썼는데. 어떻게 마무리해야할까.
'제대로 놀았으니 굳이 뭘 또 써야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쓰고 싶은만큼 일단 쓴 나, 미래의 내가 칭찬해줄거라 믿어.
막상 쓰면서 나 왜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왜케 시끄러워 싶었는데, 공연 내내 모든 곡과 연출, 그 순간순간이 그 자체로도 정말 직관적으로 다 좋았지만, 이 날 받아든 이 깊고 깊은 우정의 편지의 단어와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기에 이렇게 벅찬지, 하나하나 허투루 넘기고 싶지 않은지, 꽉 채워 감동인 것인지 자꾸 구구절절하게 된달까. 그럼에도 내 덕력과 표현력이 부족한 것 같아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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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후쿠오카 공연 때는 이정도는 아니지 않았냐고, 9월 공연 이후의 나를 보며 친구들이 물었다. 6월의 공연도 나에겐 정말 하나의 기점이었기에, 그만큼 좋았기에 9월 이후의 지금까지의 내가 스스로도 좀 의아했다. 연말쯤 내린 결론은 6월엔 '9월에 한 번 더 볼 수 있으니까' 하며 달랠 수 있었기 때문, 9월엔 정말 모든 것이 끝나버리고 다음이 기약되지 않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물론 기적적으로 10월에 요코하마 다녀왔죠.) 어쩐지 이번엔 금방 또 어떻게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되게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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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내 삶에 가만히 손을 대어보면 "발산(發散)"하며 살고 있다는 감각. 꽤나 오랜만이라 낯설면서도 산뜻한 기분. 내지르고 있구나 싶은 순간이 자주 있다. 가끔 너무 나갔나 당황스럽고, 이불킥을 하기도 하지만 또 쉽게 '뭐 어때' 하기도. 지난 9월에 여름을 지나며, '어쩌면 몇 년 간 스스로를 단속하듯 살아온 것 같다'고 그의 공연장에서 불현듯 깨닫고 한바닥 을 썼을 때 "그럼 이제는 그러하지 않겠다" 다짐한 적은 없었다. 갑자기 내가 달라질거라 기대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역시 무언가 조금은 변한걸까. 통과해온 나는 어딘가 꼭 부서지거나 낡아지기만 한 것이 아닌걸까. (그럼 이번 통과가 아니라 지난 통과도 그러할까. 나에게 어쩌면 조금 좋은 걸 주기도 한 걸까.)
 
한편 요새 내가 그를 계기로 여느때와 달리 꽤나 '미래 시제'를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의 좋았던 것, 아팠던 것, 배웠던 것을 향해 반쯤 몸을 틀어 그것을 바라보며 지금을 살아내는 것이 그간 나의 힘이자 원리였다면, 요새의 나는 단순하게나마 앞으로 있을 확실한 작은 행복, 내가 분명 좋아할 것에 기대기도 하는 순간이 늘었다. 내년의 공연, 다음주의 MV, 내일의 방송, 오늘밤 라디오. 그냥 일상에서 너무 버겁고 짜증과 울분이 찰 때, "그래, 오늘은 '오토모다치'를 하니까" 하면 뭐든 좀 더 해볼만해진다.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오늘 퇴근하며 이 노래다!" 하면 기분이 나아진다. 그게 계속 힘이 되어주고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소설에선 주인공이 중장년이 되어 나이를 짐작하며 미래에서 과거로 고개를 돌렸다고 했는데, 그럼 나는 이제서야 반대로 틀어졌던 몸이, 시선이 제 영점을 찾을걸까. 이것도 연습이고, 근육이지 싶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무럭무럭 근육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개되는 모든 일정들을 이렇게 가능한 놓치지 않고 챙겨보는 일이 굉장히 오랜만이다.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느슨해지더라도 그 때의 내 속도를 너무 탓하지 말 것.
 
이번 공연에 <읽는 생활>의 임진아 작가님도 다녀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님의 후기에서, 지금의 작가님을 위로한 7년 전의 작가님의 문장에 나도 미리 위로를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각자 그를 좋아하고 있다


 
지난 연말을 지나 2026년으로 무사히 넘어올 수 있게 해주어 고마워요. 늦은 새 해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올 한 해도 동그랗게, 맑게 굴려가며 지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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