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벅차고 뻐렁찬 상태로 쓰진 못하고,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현생에 살짝 표백되어 급하게 남기는 공연 후기.
*그런데 공연 직후엔 뭘 쓰고 싶어도 사람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아무것도 쓰지 못하였다. 그냥 툭치면 "으어어...", "아니근데", "진짜", "미치겠다" 정도만 말 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남겨야하는가, 남긴다고 이 생생함이 남겨질까 싶어 시작이 막막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하나 더 미루다간 다 잊어버릴 것 같아서, 일단 써본다.
*지금도 '노래 들으면서 써야지~' 하고, 2023년 썸머소닉 공연 영상 틀었다가 그냥 한 시간 또 넋놓고 같은 영상 오억오천오백일번째 본 사람 됨... 무튼 그렇게 일상생활 겨우 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일단 이것은 2025년 9월 13일 ~ 9월 14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Gen Hoshino present MAD HOPE Asia Tour in Seoul>에 다녀온 기록이다.
공연 전 1-2주, 그러니까 9월 첫주와 둘째주는 회사일과 개인 신변잡기적 일들이 묘하게 바쁜듯 바쁘지 않은듯 바쁜듯 지냈고, 정신은 한결같이 없었다. 그래도 평일저녁에 넷플릭스에서 POP VIRUS 도쿄돔 영상을 조금씩 본다거나, 틈틈히 가사를 뜯어보는 일들을 할 수 있었다. 눈치 안보겠다는 의지로 꼬박꼬박 정시퇴근을 한 날에 집 근처 가게에서 샐러드나 포케를 먹으며, 이번 앨범 몇 곡의 가사를 외우던 저녁이 기분좋게 기억이 난다. 물론 한결 노화된 뇌세포로, 가사나 단어가 드럽게 안외워져서 스스로의 머리통을 때려가며 외웠다. POP VIRUS 영상을 보다가, 어느날 짝꿍이 "오, 좀 귀여워보이네"라고 말한 것과 "저렇게까지 무대에서 세션과 스태프를 챙겨주다니 좀 호감이다", "저 사람 드럼을 정말 무섭게 치던데" 라고 말했을 때의 뿌듯함도 기억이 난다 (그럼요. 우리 겐상의 세션 멤버는 그냥 세션이 아니라 모두 수준급 아티스트들이라고요, 후후...). 함께 가기로한 E언니의 일정에 변동이 있을 수 있어 그럼 짝꿍을 데려가야하나 싶었는데, 정말 좋은 것, 잘하는 것을, 밴드 사운드를 좋아하는 내 짝꿍에게도 경험시켜주고 싶은 마음과 다른 남자에 미쳐 우는 모습을 굳이 보여줘야하나 싶은 마음, 그냥 나와 겐상에게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 반반이었다🤣

공연이 있는 주 하루는 짝꿍과 나 모두 몸과 정신에 기운이 쭉 빠져 너덜너덜해졌었는데, 그 때 멍하니 틀어놓은 POP VIRUS 영상이 마침 'Family Song' 부분이었다. 6년 전 돔투어를 가기 전 가장 먼저, 가장 빨리 외워 아직까지도 외우는 몇 안 되는 내 베스트 곡 중 하나. 자연스레 나오는 가사를 입으로 조용히 따라 부르며 영상 속 자막이 달린 가사를 보고 있자니, 어제오늘 열심히 꼼꼼하게 다시 외운 'Eureka'의 가사가 떠올랐다.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당신(あなた)과 남들에겐 말할 수 있었어도, 자기자신에겐 그런 식의 순전하고 다정한 믿음을 주지 못했었을 사람이, 이제 아마 '자기자신을 포함한' 너(君)에게 잘 될 거라고, 무책임 혹은 무용에 대한 의심을 기꺼이 지우며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싶어서 야밤에 혼자 급 울컥하고 좋았다.

금요일이 되어선, 전혀 예상 못했는데 "언제 들어오나" 하고 계속해서 입국 사진이 업데이트되길 기다리며 피드를 새로고침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다소 당혹. 뭔데, 나 그렇게까지 설레는거였냐고. 회사 어린이날이라 조금 일찍 퇴근했는데, 김포공항에 갔어야하나 그런 생각을 처음 해봤다. 연예인 공항사진은 그냥 패션과 센스를 보는 화보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내 스타가 제대로 환대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구나 - 처음 그런 걸 깨달았다. 역시 직접 겪어보아야만 아는 이 어리석음이여. 무튼 비도 오고, 이전 타이페이나 상하이 때보다 한참 늦어지는 입국에 걱정스러우던 와중 진짜, 현장과 온라인의 팬들을 모두 쓰러트리는 귀여움으로 입국하셨구요. 하하. "오레? 오레?" 하는 느낌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다가 자신인 줄 알았을 때 한순간의 눈웃음 미쳤냐고. 네 아저씨, 당신이요. 당신입니다. 그 짧은 "감사합니다"를 다시 들으려고 몇 번이고 돌려보며 저녁 밥을 먹는 자신이 어이없고 웃겼는데 - 난 정말 내가 이 정도일줄 몰랐어 - 아마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제대로 고장난게. 끝이 나지 않으면 좋겠어서, 영영 시작하지도 않았으면 싶기도 했다.

오전엔 마지막 운동 수업을 다녀오고, 또 마지막 네일샵을 다녀왔다. 네일샵은 일년에 한 두번쯤 관리받는데 작년에 넣어둔 포인트가 그대로 있다는걸 알고 이사 전에 모두 털어내기 위해 굉장히 오랜만에 디자인 네일을 받아볼까 했었다. 네일샵 선생님의 인스타 포폴을 보며 늘 감각적으로 디자인을 잘 하신다고 생각만하고 직접 받아본 적은 거의 없었는데, 결국 이번에도 선생님 디자인대로는 받지 않고, 이번 투어 굿즈 컨셉 컬러와 요소들에 맞게 받았다. 이런 게 처음이라, 전날 PPT로 투어 관련 레퍼런스 자료와 그간 선생님 디자인들 중 활용할 수 있는 유사 디자인, 꼭 들어갔으면 하는 요소와 상의 하고 싶은 꼭지들 정리해서 감 ㅋㅋㅋ 근데 정리하는 과정 그마저도 재미있었고, 내 센스는 다소 부족했지만, 공연이 끝난 뒤에도 두고두고 손가락을 보며 공연을 기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ㅋㅋㅋ 이래서 문신을 하나(정신차려).
어차피 집에 있어도 뭐가 되지 않음 + 오랜만에 전날 약속의 숙취로 매우 골골대는 짝꿍 앞에서 짝꿍은 안중에 없고 "근데 어제 저녁 7시에 김포로 들어와서 서울 와서 자고, 오늘 바로 공연하려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고 겐상의 안부'만' 걱정하는 일을 계속 하는 이슈로 그냥 일찍 집을 나섰다.
일단 도착한 내한카페는 줄이 너무 길어 우선 포기. 지난 겨울 집회를 나가며 배운 팁을 활용하여 찰떡 몇 개를 사서 올림픽홀도 향했다. 가는 길, MAD HOPE 티셔츠를 입거나 타월을 두른 사람들이 막연한 예상보다 훨씬훨씬 많아서, 그리고 날씨도 너무너무 좋아서 진짜 계속 웃음이 나서 너무너무 좋았다. 아니 이렇게 많다니. 그동안 내가 조용히 슬며시 말하면 다들 모르고(그럴 수 있음), 알면 일본ㅇㅈㅅ이라고 했던(그러지 않았으면 함) 사람들 뿐이었는데, 이 사람들 다 어디 계셨었는지. 빙 둥글게 서 있는 몇몇 무리들을 보았는데, 언뜻 한 분은 6년 전에 후쿠오카에서 뵌 분 같아 무척 반가웠지만 미처 말을 걸지는 못했다. 모여있는 분들마다 특징들이 다르고, 그렇게 포괄하는 오디언스 다양성이 꽤 넓어서 신기했다. 미리 예약한 나와 언니 것의 키링을 찾아 화단에 앉아있는데 (키링 정말 쓸 데가 없지만 그래도 사야함), 비 온 뒤 갠 날씨와 하늘은 여전히 좋고, 같은 이유로 설레고 신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얼굴들을 보고 있자니, 그리고 계속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들을 듣고 있자니 그냥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제부터 그냥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 같고 난데없이 "악" 소리를 지르고 싶었던 충동도 막상 오니 좀 잠잠해졌다, 하하. 멋진 니세상 코스어들도 보았다. 얼굴은 모르지만 19년도부터 줄곧 팔로우하고 있던 몇몇 다른 팬 계정분들이 탐라에서 다들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있어서 덩달아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뭐랄까, 정말 축제같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좋은 거구나.



언니를 만나 플로어석으로. 나는 뒤편 구역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진짜 무대 앞에서부터 열 몇 번째였다. 진짜... 진짜... 가까웠고... 정말... 너무... 심장이 뛰어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현실감이 너무 없어서 진짜 돌아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암전. 서울의 풍경이 담긴 짧은 오프닝 영상이 켜지고(여전히 실감이 안 남, 여기 정말 서울이야?). 붉은 조명. '地獄でなぜ悪い(지옥이 뭐가 나빠)'의 전주가 흐르고, 모두를 일으켜 세우며 등장.
공연 후기란 어떻게 쓰는 걸까.
셋리스트에 따라 차근차근 모든 걸 잘 기록해두는 멋진 사람들도 많던데, 나는 잘 못 쓰겠다. 이렇게 기억력이 감퇴할 줄 알았으면 그 동안 술을 안 마셨지. 그냥 펜시브가 필요하다. 내 몽땅의 기억과 동시에 그 감정들을 그대로 다 담아두고, 언제든 넘실대는 그 기억의 물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다.
'地獄でなぜ悪い', 'SUN', '喜劇', 'Ain't Nobody Know', 'Pop Virus', 'Eden', '不思議' 까지의 초반 셋리는, 일본 투어 때와 동일하여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니 순식간에 지나가지마. 그냥 하... 그 와중에 괜히 어색한 한국어 인사는 하지 않으면서, "감사합니다"와 "다같이" 거듭 말하는 그가 너무 좋았고. 아니 그많은 한국어에서 "다같이"를 야무지게 챙겨 배워온 그가 너무 귀엽고 좋다고 몇 번이나 또 벅찬 마음을 품어... 그리고 확실히 이 벅찬 마음을 그냥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내어 환호하면서 표출할 수 있다는게, 확실히 일본 공연 때보다 더 편하고 좋구나, 감정이 증폭되는구나 싶었다.
후쿠오카 아레나보다 작은 공연장이라, 'Eden'의 조명이 켜지자 공연장 전체가 우주가 된 것 같은, 객석이 그 자체로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의 장, 손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좀 더 가까운 밤하늘이 된 것 같은 연출이 더 확 와닿아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히키가타리로 '暗闇', 'くせのうた' 두 곡(*일본 투어 때 대비 'ひらめき'는 빠짐). 공연장이 앞 쪽이어서 좋았던 점은 살짝 뒤를 돌아봤을 때 그 최소한의 조명 연출 속에서 객석이 어떻게 보이는지, 그의 그림자가 객석에 어떻게 비추는지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가 혼자 기타를 들고 고요 속에서 노래할 때, 어떤 풍경을 바라보는지 간접적이나마 그의 시선 방향으로 알 수 있어서. 그래서 내내 그와 같은 시선으로 뒤를 돌며 듣고 싶으면서도, 한 톨이라도 그를 놓칠 수도 없어서, 뒷통수에도 눈이 달렸으면 좋겠었었고. 그리고 정말 앞쪽이고 무대가 가까워서, 그가 기타 현 하나하나를 튕기고 코드를 하나하나 짚는 그 손가락을!!! 직접!!! 무대 스크린 아니고 직접!!! 한 순간 한 순간 한 음 한 음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지금도 쓰면서 속이 울렁거린다. 잠깐 기절 - 내가 그걸 봤다고!!!) 내 두 눈을 그대로 뽑아서 박제하고 싶다. 아니 그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았으면서 왜 너무 좋아서 욕이 하고 싶어진다거나, 토하고 싶다거나, 눈을 뽑고 싶다거나 하는 식의 격하고 못생긴 말들만 나올까. 내 표현력 어쩌지. 근데 정말 격한 마음이 들었다.
아저씨, 무슨 생각하며 노래 불렀나요. 혼자 있는 밤에 어떤 동경과 후회에 골몰하시는데요(ひとりの夜に / 憧れ後悔). 어떤 더러운 마음을 흘려보내시는데요(失くしてしまうな / 心の暗闇を / あなたの涙から / 流れるきたない心). 그걸, 지금 이렇게 3천명 앞에서 신나게 'SUN'을 부르고, 'Pop Virus'을 부르고 나서, 갑작스런(?) 어둠 속에서 도대체 무슨 심정으로, 그 가사를 그렇게 홀홀 부르시는 건데요.
인터미션으로 <When did you get into Gen Hoshino?> 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나왔는데, 데뷔시절부터 지금까지 시계열로 편집한 영상이었다. 포함된 영상들은 이미 몇 번씩을 본 영상이고, 모를 수 없는 영상들인데, 그리고 특정 하나만 가장 좋다고 결코 꼽을 수도 없는 영상들의 나열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새로 저격당한 것처럼 '와', '오', '우와', '하하' 하며 소리를 내며 반응하고, 영상마다 호응의 톤과 크기가 다른 것들이 재미있고 즐거웠다. 대기실에서 지켜보고 어디에서 어떤 크기의 반응이 나오는지 재생 영상과 맞춰 지켜보고 있었으려나. 무튼 일본 공연에선 없었던 영상이었기에(사실 필요 없겠지), 이것이 해외투어인가 싶으면서도, 좋았다. 해당 영상만 따로 유튜브 공개해주시면 안되나요.
'Sayonara'가 시작했고, 인터미션동안 앉아있던 사람들이 계속 앉아있어서 '이거 다음이 MAD HOPE인데. 우리 일어나야하는데.' 하고 다소 불안했는데 결국 다행히 모두가 일어섰다. 무대를 살짝 찢어주시고, 그리고 드디어 'Star'. 슬로건 이벤트가 있는 곡이라 살짝 긴장했지만서도 진짜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 - 나 이런거 처음 해봐 -. 그리고 그의 "詩を手に" 다음에 모두가 슬로건을 들며 "好きを源に"를 들었을 때, 뭐지? 하다가 슬로건에 적힌 것을 읽고, 얼굴이 환하게 변해가는, 그리고 숨기지 못한 단말의 탄성으로 " "すごい"라고 노래 중간에 외치며 다음 가사를 이어부르던 그 한 순간, 찰나의 얼굴의 찬찬한 변화와 감격과 기쁨의 드리움이 슬로모션처럼 몇 번이고 내 머릿속에서 재생이 된다... 그리고 진짜 너무 행복해진다. 만약 내가 멸망한 지구에 고장난 로봇으로 특정 구간을 무한반복재생한다면, 아마 그 슬로모션이 아니겠는지. 하. 진짜. 너무. 감격스럽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특별게스트인 이영지씨가 등장하고, '2'를 함께 불렀는데, 그제서야 짬이 난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아까 그거 뭐였냐"고 물어봤다. 다같이 엄청 뿌듯 & 흐뭇해하며 슬로건을 다시 펼쳐서 보여줌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살면서 매우 오랜만에 엄청 만족스럽고 흡족한 순간(심지어 그것을 일종의 단체행동, 일체감 같은 것과 함께) 이었고, 사실 슬로건 문구 투표하면서도 이게 뭔지 잘 몰랐던 이로서, 이렇게 준비해서 인쇄 맡기고, 수량 확인해서 상자 옮기고, 공연장 앞에서 몇 시간 내내 목이 터져라 모두에게 나눠주신, 준비해주신 분들 너무 대단하고, 대단히 감사하고, 그렇다... 무튼 그간 TV에서만 보며 '저 사람 좋다~' 했던 영지소녀를 직접 보게 된 것도 반갑고, 진짜 너무 웃시는 동시에 센스가 넘쳐서 우와 우와 감탄하며 보았다. 영지소녀 말고, 영지언니하세요. 센스 측면에서 저는 정말 헛살았습니다. 무튼 겐상의 일본어도, 영지씨의 한국어 또는 한본어도 객석은 모두 알아듣지만, 그 둘은 서로의 말을 못 알아들어 통역 나오기 전까지 @_@ 하는 표정들이 정말 귀여웠고... 영지씨가 여기서 자신만 일본어를 모르는 것 같다고, 객석도 모두 일본분들 같다고 하였는데, 사실 나도 못알아들었어!!! 나중에 트위터의 어느분 표현대로 나도 "기세로 알아들었던" 거다!!! 하지만 깔깔거리며 진짜 많이 웃었고, 아저씨의 칼각 코이댄스도 보았고 (19년도에도, 이번에도 그렇게 제대로 추는 코이댄스는 보지 못했다). 뭐랄까 그 때부터 확실히 겐상의 긴장이랄까, 무언가가 누그러지고 제대로 풀린 것 같아서 그게 또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 때 알았다, 내일은 대박이다. 진짜 내일 제대로일 것이다. 내일이 있어 다행이다!!!
음, 사실 나 토요일 공연 전반부를 이렇게 길게 적을 줄 몰랐다. 왜냐하면, 물론 진짜진짜 좋긴했는데, 사실 긴장을 많이 한 것인지, 그의 컨디션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고, 나도 아쉬운 부분이 아주 조금은 있었거든. 음향 때문인가 인이어를 계속 조절하는 것 같고, 키를 맞추는데 뭔가 곤란한 부분이 있나 싶고. 실제 두 번 정도 삑사리가 났다 (물론 괜찮음. 그럴 수 있음.). 특히 나는 계속 들으며 '올홀이 이렇게 음향이 안 좋았나' 싶었고, '미친 일본의 음향시설 대비 이건 너무 누추한게 아닌가' 싶었는데, 나중에 듣기론 플로어석 스피커 배치가 어쩌구 때문이라고 한다. MAD HOPE도 대단한 무대였으나, 본인 만족스러움을 잔뜩 머금어 터져나오는 진심의 '아리가또'가 아니었던 것 같았거든. 쨋든, 아시아 투어 기간동안 그의 건강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한 켠에 은은한 걱정을 품고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저 아저씨가 오늘 밤 이후에 본인 기준에 못 미친 자기 자신을 너무 혹독하게 대할까봐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슬로건 덕분인지, 와하하 웃게 하는 아는 사람, 밝은 사람 덕분인지, 처음 와본 이 도시가 드디어 비로소 좀 더 가깝게 느껴졌는지, 사랑을 맘껏 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우리를 제대로 바라보게 된 것인지, 이어지는 후반부부터 아주 본인 가능한 고점을 찍으며 무대를 누비었다. 그의 풀어진 마음과 호흡이 꼭 내 것처럼 생생해서 나도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후반부를 즐겼고, 정말로, 정말로, 내일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일이 있어서 공연이 끝나간다는 의식 속에서도 아쉽고 믿기지 않지만 너무 울지 않고 지금에 집중하여 즐길 수 있었다.
일본에서 초집중하여 띄엄띄엄 겨우 알아듣던 도라에몽 보이스드라마에 자막이 있다니, 내한 좋은 것이구나!!! 특히 "たすけて ドラえもん"이라고 큰 목소리로 외쳐달라고하면서, '물론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람은 마음 속으로 크게 외쳐줘'라고 꼼꼼하게 덧붙였다는 걸, 이제와 깨닫고 (번역 감사) 또한번 좋음... 엉엉...
아시아투어에 맞게 니세상 소개 영상이 있는 것도 센스있다고 생각했고, 니세상 첫 한국어가 "식사 하셨어요" 라는 것에 기절. 아니~~ 미친 컨셉 몰입 아니냐고... 난 정말 겐상의 기획력이 너무 좋다... 뮤지션 겐도 최고지만 프로듀서 겐이 제일 섹시함... 타이페이에서의 관객 반응을 떠올린 것인지 겐상과 간접키스 후 기분 나쁘라는 이상한 소리를 냈지만, 우리가 그래도 멋있고, 기분 나쁘지 않다고 하자 "やさしい"라며 OTL 자세로 엎어졌다. 아까 화장실에서 본 니세상 코스어 분이 주목받아 나도 덩달아 기뻤다. 니세상 다음 한국 공연 땐 'Real' 불러줬으면.
진짜... 마지막이 되었고 겐상은 'Hello Song'을 부르며, 여느때처럼 "笑顔で会いましょう(웃으며 다시 만나요)"라고 약속했는데, 진짜 엄청 길게, 도쿄돔에서보다 길게(체감기준) 소리를 뽑으며 더 환호해달라 마음껏 팔을 뻗어 휘둘렀다. 그게... 좋은 것, 벅차고, 기쁜 것, 사랑해달라고, 더 해달라고 스스럼없이 한껏 말할 수 있게 된 그의 모습이...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다... 환하고 밝아서 너무 기쁘고 좋았어... 얼마든지.



진짜로 다음날 하루가 더 있고, 거기에 내 표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냥 거기서 죽었지 결코 일어설 수 없었을 것. 그리고 내일이 진짜 미친 공연일거라면 믿음과 확신이 있었다.
시작할 때처럼 끝난 것도 믿기지 않아서 얼떨떨한 마음으로 공연장에서 나와 언니와 근처 벤치에 앉아 호흡과 마음을 고르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었던 가을밤의 시간도, 공연만큼 좋았다. 토요일 공연은 거기까지였다. 언니가 오늘도, 내일도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분명 토욜 공연은 짧게 쓰고 일욜 공연과 그 이후의 일까지 다 써서 한 번에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되겠다. 일단 이번엔 여기까지. 나눠서 써야겠다. 나, 토요일에도 정말 좋았구나. 아니 좋았지, 좋았는데. 좋았지. 하. 그냥 9/13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많이 안 바라고 지뭐나에서 등장하며 사람을 일으켜세우던 시점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이따금 일기 > 일상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주간일기] 2025.09.28 (0) | 2025.09.28 |
|---|---|
| ★ MAD HOPE Asia Tour Seoul 2 (0) | 2025.09.26 |
| [주간일기] 2025.09.21 (0) | 2025.09.21 |
| 고백 (1) | 2025.09.19 |
| [보름일기] 2025.09.11 (3) | 2025.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