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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일기/일상기록

★ MAD HOPE

by momorae 2025. 11. 8.

호시노겐의 Gen Hoshino presents MAD HOPE Tour가 10월 19일 요코하마 K-Arena 공연을 마지막 공연으로 끝이 났다. 감사하게도 1019 마지막 공연을 실제 공연장에서 볼 수 있었다.
 
9월 서울 공연 때보다 더 많이 울었던 것 같은데, 그 때와 달리, 정말 ‘다음’이 없는 '끝'이었음에도 오히려 차분한 마음으로 공연이 끝난 회장을 나섰던 것 같다. 차분하고 묵직한 마음. 크게 부풀어 거대하게 무거운 것이 아니라, 저 밑, 정확한 무게중심 지점에 달린 작고, 밀도 높은 어떤 추가 단단히, 흔들림없이 잡아내고 있는 것과 같은 묵직함. 그건 아마 겐상이 마지막 MC 때 한 말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 5월 방송된 NHK Music Special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 생방을 볼 수 있었으면서 어차피 못알아들을테니 하고 채널을 돌린 당시의 나 자신 반성해!!
** 이후 구글자동번역이 붙여 돌아다니는 장면을 SNS에서 보았는데, 모든 말을 시작하기에 앞서 잠시의 침묵, 마치 그 바닥에 빠르게 한 번 다녀온 것 같은 그의 침묵부터 사랑한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하는 건 노래를 만들 때는 뭔가... 어쨌든 혼자가 될거야. 뭔가가 태어나는 건 혼자입니다. 그런 때는 뭔가 자신의 마음 속에 다이빙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정말 듭니다. 어두운 곳에 점점 숨어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거기서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져서 우울에, 그 바다의 가장 바닥 같은 곳에 터치했을 때. 무언가 문이 있고, 그 문을 열면, 누군가 다른 사람의 마음 가장 안쪽에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뭐랄까 웜홀처럼. (문 연 곳은) 전혀 다르구나, 예를들어 사는 나라가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그런 사람의 외로움 맨 아래 문으로 나가는, 그런 감각이 있어요. 자신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누군가에게 반드시 연결되어버린다고 할까요. 그런 앨범이려나 생각해요, 이번에."
 

 
나는 이 방송 영상을 6월 후쿠오카 공연을 다녀온 뒤에서야 접했는데, 보다 적확한 말을 고르는 그 잠시의 침묵 사이에, 마치 예전에 열었던 문을 다시 떠올리는 듯한 허공에의 시선 끝에 있는 게, 그가 기억을 더듬어 연 문이 내 문인 것처럼 울렁거렸다. 그래서 그 뒤로 이따금, 터져버릴 것 같아 숨어들어온 회사 화장실이나, 지하철 도착이 한참 남은 심야의 플랫폼 같은데서 이 영상을 열어보곤 했다. 그리고 그가, 투어의 마지막 공연에서야 다시 그 문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다.
 
"드디어 마지막이네요. 투어를 약 반 년간 해왔는데 이게 정말 마지막이에요. 정말, 여러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앨범으로부터 6년. 오랜만의 앨범이었고, 오랜만의 투어라 그동안 정말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자주 해 온 얘기같지만, 곡을 만들다 보면 제 마음 속 깊이 숨어들어가는 느낌이 있어요. 그 깊은 곳에는 언제나 문이 있고, 저는 그 문 너머가 여러분 마음 깊은 곳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이 들어주셨다고 생각해요.
... 정말 여러가지 일들이 많아 지긋지긋해졌었었어요. 정말로, 진심으로 지쳤었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음악을 만들 때만은 즐겁고, 음악을 만들 때는 항상 문 너머에 있는 여러분들 덕분에 마음이 든든했었습니다. 그래서 외롭지 않았습니다.
이 투어는 끝나지만, 꼭 음악을, 제 음악을 들어주세요. 꼭 많이 들어주세요.
거기엔 제가 있고, 여러분이 정말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도 그곳엔 제가 있으니까요. 언제든 와주세요. 기다리고 있으니까, 만나러 와주세요. 그렇게 생각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그날 대충 알아듣고 기억한 건 이 정도. 나도 내가 어떻게 이만큼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기세인가. 그런데 정말 닿았다.
** 그리고 룸님이 꽉 채운 전체를 제대로 남겨주셨다. 감으로 기억된 반쪽짜리 발언만을 전부로 기억할 뻔했는데 다행이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며, 아래 함께 붙여둔다. https://luvers-club.tistory.com/m/54

 
공연 내내 자주 울다 웃다 했지만 아마 이 지점부턴 그냥 눈물이 줄줄이었지 뭐. 나 뿐만은 아니었을걸. 아마 그 순간 그리고 이어지는 Eureka가 마침내 끝날 때까지, 그 때 아레나에 있던 2만명은 물론, 라이브뷰잉으로 보고 있던 곳곳의 수천만명 각자의 저 바닥의 문, 지금의 문은 물론 여기에 모이기 전까지 그의 음악을 들으며 열어졌던 무수한 과거의 문까지, 수천만개가 다시 열렸을테니.
 
정식 일본 및 아시아 투어를 마친 이후 오사카 쿄세라돔 공연부터는 셋리스트가 바뀌었다. 그건 정말이지 그의 충실한 지난 투어의 보고서 혹은 감상문, 그리고 팬들에 대한 감사였다. Hello Song 대신 마지막 곡이 된 Eureka에서, 그리고 온 몸으로 환하게 빛을 받는 마지막 연출에서, 그가 자신 스스로를 진심으로 긍정하게 된 것 같아서, 그리고 그게 지난 투어에서 우리와 주고받았던 호흡과 온도를 통해, 그간 바닥 밑의 헤엄과 문의 여닫음이 진정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와의 실재하는 경험이었음을 마주하였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서 그게 정말 기쁘고 벅찼다.
 
그렇게 좋다고 몇 개월 난리를 쳐놓고, 정작 "MAD HOPE"이라는 제목과 컨셉, 이번 투어의 메세지, 그리고 앨범 'Gen'의 동명의 수록곡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이번 앨범에 있다는 몇 가지의 테마에 대해서도 골몰한 적이 없다. 솔직히 "MAD HOPE"은 나에게 고유명사였고, 오히려 미리 분해해서 뜯어보았다면 촌스럽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희망'이라는 것을 굳이 의식적으로 가지거나, 갖고 싶어 욕심이 내본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별 관심이 없다가 남들이 가지라고 하니, 좋은 거라 하니 나도 가져야하나 싶다가 결국 애써 챙기지 않는 것. 나는 내가 희망적인 편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그럼에도 지금 와 돌이켜보면, 요코하마 막공 관람을 앞두고 높다란 건물 사이를 걸으며 갑자기 무심코, 오랜만에 떠오른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한 나레이션을 기억해내려 애썼으니, 아마 무의식에 '희망'에 대해, '미친 희망'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구나 싶다.
 
모든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어야한다고 했었었나, 노희경 작가가. 정확히 무어라 그랬더라.
 
"언젠가 지오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모든 드라마의 모든 엔딩은 해피엔딩밖에 없다고. 어차피 비극이 판치는 세상. 어차피 아플대로 아픈 세상. 구질스러운 청춘. 그게 삶의 본질인 줄은 이미 다 아는데, 드라마에서 그걸 왜 굳이 표현하겠느냐. 희망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말할 가치가 없다. 드라마를 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이 말하는 모든 비극이 희망을 꿈꾸는 역설인 줄 알아야한다고 그는 말했었다."
-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중에서.
 
08년 이후로 드라마, 영화, 혹은 웹툰 등의 해피엔딩이나 혹은 새드엔딩을 볼 때, 열린 결말 혹은 닫힌 결말을 원하는 사람들을 볼 때, 노희경 작가의 그 단호한 의견을 살짝 왜곡한 채로 기억하며 떠올리곤했다. 정말 그러한가 싶으면서도 우선 동의했다. 꽉찬, 완벽하게 닫힌 해피엔딩만을 원했다는 것이 아니다. 비극에 대한 사적이며 강박스러운 거부도 아니었다. 그러나 무언가를 볼 때 물끄럼히 자문하곤 했다. 이것은 해피엔딩인가. 그래야했는가. 정말 우리는 해피엔딩을 바랐는가, 바라야하는가.
 
우리가 자신의 일을 할 때, 우리가 고독해질 때, 우리는 어디까지 갔다오는걸까. 얼마나 먼 곳까지 다녀오는걸까.
깊이 고독해지는 일, 혹은 외로워지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 그건 늘 남겨지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어쩌면 고독이나 외로움의 순간에 나는 어딘가 다녀오는 걸수도 있겠구나. 아꼈던 것은 떠나고 나는 남겨져서 홀로인 게 아니라, 결국 무언가를 잠시 남겨두더라도 훌쩍 떠나고, 나아가서 마주하는 고독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어떤 건 내가 떠나와서 외로워지는 걸 수도 있겠다, 라고. 그럼 원망할 게 한 톨도 없다, 라고. 요코하마에 다녀온 지 벌써 n일째 되던 어느 가을 아침에 출근하다 그런 생각을 했다.
* "정신병이 온다는 표현은 너무 수동적인듯 내가 정신병에게 간다"라는 트위터 밈을 떠올린 건 안 비밀. 나는 이 밈을 아주 좋아한다.
 
긍정/부정 x 낙관/비관의 사분면에 대해 나에게 알려준게 누구더라. 스물 한두살 무렵 대학병원 앞 횡단보도와 굴다리 쪽을 걸을 때의 풍경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아마 당시의 남자친구였던 내 짝꿍이겠지. "나는 긍정적인 인간은 아니니까. 매사에 부정적인 편이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지."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 때 그가 "하지만 비관적인 인간은 아니지 않아?" 라고 했던 것 같다, 미래를 향하는 시선을 Y축으로 세우며.
 
우습게도, 어떤 투철한 사회운동가인 것도 아니면서, 그나마 내가 '희망'이라는 단어 아래에서 그것을 고민해볼까 싶었던 순간들은 혁명이나 사회의 진보, 사회활동, 뭐 그런 것들을 생각할 때였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걸까? 인류라는 것을 사랑하나? 그것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혁명과 진보 같은 것을 꿈꿀 수 있나? 사랑하지 않으면서 꿈꾸는 건은 기만이며 혁명에 해롭지 않나? 하지만 난 대체로 사람을 싫어하지 않나? 하고. 그 때 요시나가 후미 센세가 혁명이 배경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이것이 그나마 내가 우러러 보는 것, 품고 싶었던 것들, 관심 있던 것들 중 '희망'이라는 것과 그나마 가까운 것이 아닐까?
 
"어두운 밤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아침을 볼 수 있을지 단언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아침은 온다. 그런 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 "아침이 올 것이라고 믿고 바통을 넘겨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 요시나가 후미 대담집 '일이어도, 일이 아니어도' 중에서.
 
내 생활에서 희망을 갖는 일은 익숙치 않고 낯간지러우며, 어쩔 땐 내가 너무 탐욕스럽고 염치 없는 것 같아 숨어야할 것 같을 때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희망도 있을 수 있겠다. 내가 속하지 않을 시간선의 무언가에 대한 바람. 그렇다면 나나 나의 짝꿍이 인간을 싫어한다고 하면서도, 왜 '인간 찬가'와 같은 이야기들에 마음이 동했었는지 설명이 될 것도 같다. 왜 어떤 고전들은 미래의 인간, 아니 까마득한 시간이 흐른 먼 시점에 살아있을 모든 것, 모든 생명에 대한 찬가로 이어지곤 하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영도 작가의 '마시는 새' 시리즈에서 좋았던 것은 그가 '인간'과 '사람'을 구분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레콘, 도깨비, 나가와 같은 하나의 종일 뿐이지, 이 모두는 '사람'이다. 내가 속하지 않을 먼 미래의 생명의 모습은 어떠할지 감히 현시점의 나는 상상할 수 없기에, 그리고 그건 현 인류의 모양새가 아닐 수 있기에 '사람'의 외연을 최대한 넓혀야한다. 가능한 상상 또는 상정하는 대상의 범위를 넓혀놓고, 인간이나 인류가 아니라 '사람'에 속할 것을 바라고 희망할 것.
 
이 지점에서 지난 봄에 들었던 엄기호 선생님의 강연을 다시 소환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이후 가장 나에게 남은 질문은 '사람이 사람을 위로할만한가, 위로할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사람이.사람을.이렇게-위로할 수도 있겠구나. 가능성의 눈금이 아주 조금 더 올라갔다.
 
그런데 희망이란게 이렇게 나라는 개체 바깥의 시간선을 상정하는 일이라면 나에게 그건 종교와 비슷한 것이다. '신'이 그것을 믿는 사람이 있기에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럼 희망도 그러한게 아닐까. 희망이 있거나, 없거나 하기보다, 희망에 대한 믿음으로서 희망이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나는 희망이 존재할 수 있게 그것을 믿는 쪽에 서고 싶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그럼 이제 희망을 종교로 삼아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그런 믿음이 불쑥 들어버렸다.
 
그날 밤부터 이 포스트를 쓰기 시작하며, 정확히 찾아본 '그사세'의 나레이션은 위에 적은 것과 같고, 나레이션의 마지막에 붙은 대사는 다음과 같았다.
 
"... 나는 이제 그에게 묻고 싶어진다. 그렇게 말한 선배 너는 지금 어떠냐고. 희망을 믿느냐고."
-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중에서.
 
아아, 여기서도 희망은 '믿는' 거구나. 희망의 동사는 '갖다'가 아니라 '믿다' 이구나.
 
희망의 의미는 거기에. 여기서 김연수도 떠올렸다.

요코하마에 다녀온 뒤로, 희망이나 기대, 사랑에 대한 단어들을 틈틈히 굴리다가, 여기까지 오자 정말로 이 투어가 내 속에서도 끝, 마무리된 것 같았다. (물론 겐상 사랑이 끝났다는 건 아니고.) 그래서 여기까지는 일단 이번 투어 관련 글로 묶어 적어두고 싶었다.
 
사실 그 뒤로는 '그렇다면 어떻게 믿을 수 있는데?' 라는 질문에 대해 끝도 없이 생각이 이어져 며칠째 쓰던 걸 끝내지 못했다. 믿음은 역시나 슬며시 '증거'를 바라게되고, '기적'이란 걸 증거 삼아 헛되게 믿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 - 왜냐면 사람의 삶이 나아지는 건 '기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게 아니니까(평등같은 건 기적으로 쟁취되는 게 아니니까) - 그럼 그 증거는 결국 다시 사람에서 찾아지는 것일텐데, <구체적이고 가까운 개인으로서의 사람>과 <추상적인 대상과 집단으로서의 사람> 중 어느 쪽에서 찾아야하는지, 한 쪽은 몰래 포기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끝도 없는 생각들 - 왜냐하면 나는 이번주에만해도 "이젠 특정 한 사람을 미워하는 일은 이제 잘 없는데 여전히 인류는 전반적으로 싫다"는 이야기와 "나이가 드니까 아주 사소한게 거슬려도 인간관계 전체를 끊는 일이 종종 있다"라는 이야기와 '운동(movement) 판에 들어온 뉴비에게 좋은 사람으로 다가가야만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고, 아주 오래전 나보다 열학번쯤 많은, 운동판과 대학원과 유학생활을 모두 겪은 선배로부터 '구체적인 개인과는 거리를 두고 그 에너지로 사회와 정책에 헌신하는 전략'에 대해 들었던 일을 복기했기 때문이다. -, 자기 완성 혹은 자기완결성을 위해 사는 일의 안팎으로의 유해함에 대한 생각, 그러나 그것을 지향하지 않고 사는 삶이 다른 방식으로 유해해질 가능성에 대한 생각, 그렇다면 '밀폐'된 것으로서의 자기자긴이 아닌 주변으로서 구성된 자기 자신의 완성 혹은 열린 자기 자신의 완결을 지향하고 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생각으로 끝도 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에 어느정도 결론이 난 뒤에 이 포스트를 마무리하려면 영영 못할 것 같았고, 한 주 내내 괜히 조급해지는 것 같아 솔직하게 여기서 끊기로 했다.
 
쨋든, '사람이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가'로 묻고 관찰하고, 실증하는 자로 살고 싶었는데 나는 늘 그런 식의 질문 던지기와 답하기에 그걸로 먹고살만큼은 능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사람은 위로할만한 것인가'에 대한 읽기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으며, '사람은 사람을 위로해야만 한다'식의 책임 못질 고집만 세져 부담스러운 외톨이가 될까봐 두려웠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고 믿어보는' 사람, 지난 십수년 내내 그저 빙빙 맴돌기만 했던 세 꼭지점 사이의 어딘가를 찾은 것 같아 또 한동안은 그것을 굴려보며 지내보겠다.
 
그렇게 정말 MAD HOPE 투어가 끝났고, 이것이 나에게 남았다.
 



이젠 진짜 1019 마지막 투어 후기. 디테일한 걸 잊어버릴 게 아쉬워 아주 조금만 적어둔다.
# 공연 앞뒤로 요코하마 헤맨 것은 여기 → [2025 요코하마]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할 건 다 한 ③ (Click)

공연 전 K-Arena
도착한 K-Arena에는 역시나 사람들이 빽빽했다. 공연장과 같은 건물에 편의점, 카페, 그리고 몇 개의 푸드트럭들이 있었는데, 모두 제각각 겐상의 노래를 BGM으로 틀고 있어 역시 모두에게 축제같은 느낌이었다. 매드호프 굿즈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치마에 넣어입거나, 원피스에 껴입거나 등등 개성있게 스타일링한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일본 패션잡지 같은 걸 보는 기분이었다. 다들 멋있어.
 
공연 시작 전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줄을 섰는데 거의 30분이 걸렸다. 너무 긴 줄에 여기가 화장실줄인지 모르겠어서 뒤에 서신 분한테(왜 앞이 아니라?!) 서툰 일본어로 여기가 화장실 줄이 맞는지 여쭈었는데, 맞다고 하셨고, 나의 서툰 일본어를 눈치채신 그 분이 유창한 영어로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셨다. 나보다 키가 한 뼘 이상 작고, 교감선생님 st의 단정한 투피스를 입으신 중년의 여성 분이셨는데, 우리 엄마 나이 또래여서 그녀의 영어에 깜짝 놀랐다. 내 또래의 아드님과 오셨다며(모자조합이라니 특이해), 내가 양일도 아니고 오직 이 한 번의 공연을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인가하며 놀랐셨다. Have a good time 하셨을지.

객석에서 내 오른쪽 옆엔 혼자 오신 다른 중년의 여성분, 왼쪽엔 혼자 온 이십대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그 옆엔 혼성의 친구 3명이 온 듯 했다. 내 뒤엔 변성기의 남자애들이 있었다. 공연 시작 전 6월에는 ‘Star'의 MV가 재생되었는데 이번엔 ’2‘의 MV가 나오고 있었다. 와 진짜 겐상의 일본 현지 공연장에서 반복재생되는 한국어 가사라니. 4시가 되었나 싶을 때 암전. 보이스드라마의 시작.

시작 보이스드라마
황량하고 찬 바람 소리와 함께 보이스드라마가 시작되었다. 서울공연에선 없었기에, 아 이게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지 - 하고 후쿠오카에서 봤던 그 공연을 되새겼다. 그 이후 사람들이 기억으로 복원한 드라마의 해석본을 이미 봐서 그 때보단 많이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6월에도 거의 유일하게, 똑똑히 알아들은 건 “행복과 의미는 관계없어”. 행복(幸せ)는 ‘Family Song'의 가사를 처음 뜯어볼 때 외운 단어니까. 그래도 가장 중요한 핵심문장은 처음부터 알아들었구나 싶었다. 지옥에 떨어질까봐 두려워할 건 없다고, 이미 우리가 있는 이곳이 지옥이라는 마지막 대사와 함께 -

지옥이 뭐가 나빠 (地獄でなぜ悪い)
- 현악 네명, 금관 세명, 드럼과 베이스, 키보드와 기타의 세션들이 양쪽에서 무대위로 올라오고, 겐이 바닥에서 올라왔다. 미쳤. 바닥에서 등장하는데, 아니 이런 만화적 연출, 왜 안 유치하고 좋냐...
 
그리고 바케모노 (化物)
지옥이 뭐가 나쁘냐는 시작에 이어, 지옥의 바닥에서 밀고 올라와 나 자신을 찢고 등장하려는 다음의 나를 샤워하다 목도하는 노래라니. 그의 노래 중 좋아하는 곡은 아주 많고, 하나만 꼽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바케모노를 정말 사랑한다. 그래서 쿄세라돔부터 바뀐 셋리에 바케모노가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고, 사실 이 한 곡의 라이브가 요코하마 막공에 오고 싶었던 이유라고 해도 그것은 진실. 밴드도 그도 날라다녔고. 아 두번째 곡에서 이미 성불. 진짜 너무 좋았다, 미쳤네.

그리고 첫번째 MC
마지막 공연이니 아침까지 하고 싶다고. 예, 저 월요일에 연차냈습니다. 아침까지 하시죠. 제발. 중간에 잠깐 자도 되니까 우리 내일까지 하자.

희극
K-Arena 사운드가 좋다더니 정말 좋았다. 그 어느 때보다 세션들도 자신의 악기와 연주를 더욱 드러내고 더욱 유연하고 즉흥적으로 굴었는데, 그 모든 음들이 또렷하게 들렸다 (잘 안들리는 건 객석에서 부르는 노래). 그리고 바닥이 울렸다. 발 밑에서부터 둥둥 울려서 온 몸으로 타고 올라와 그렇게 감각되는 소리까지가 정말 좋았던 부분.

Ain't Nobody Know
희극에 이어 이 노래까지 정말로 각 밴드들이 마음껏 드러났다. 같이 만든 투어이고 우리 모두가 오늘이 마지막날이구나 - 하는 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독주들은 더 길고 끈적하고, 전반적으로 야했다. 아니 그리고, 나 진짜 이 남자가 섹시하다, 이런 쪽은 아니었는데, 거기서 그렇게 자기 목덜미를 쓸며 노래를 부르면, 이건 좀 이렇게 공개적인데서 좀 그렇지 않나 싶었는데 그렇게 생각한 게 나뿐만이 아닌듯. 다들 그거 좀 너무 야해서 가려야했다는 감상들이 일본어로 아주 많더라. 아니 라이브뷰잉에서 그걸 또 기가막히게 클로즈업해서 잡았다며. 혹시 사전 연출이었어? 아님 카감의 기가막힌 순발력이야? 근데 뭐 어느쪽이든 정말 너무, 너무, 너무였음. n개국의 심의규정을 동시에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장면이 중계되었다는 게 너무 좋음.
 
Pop Virus
뒤늦게 라이트하우스를 보고 난 뒤, 와카바야시 상을 래퍼로서 자신의 무대에 세웠다는게, 와카바야시 상 정말 친구를 잘 두셨군요. 일터에서 만나 그만큼 애정과 신뢰를 갖는 친구가 있다는 건 누구에게든 좋아보이는 일이라, 좀 부러웠다.
쿄세라돔의 진동이 정말 악기마다 달리 울려서 생생했다.
 
두번째 MC
라이브 처음인 사람 손 들어보라고 했는데, 바로 옆에 계신 분이 손을 드셨다. 공연 시작 전부터 얼굴에 기대와 설렘, 벅참이 활짝이셨고, 내내 마음 졸이듯 두 손을 가슴 앞에 꼭 쥐어모으셨는데 처음이셨구나. 덕분에 저까지 더 행복해졌습니다.
 
오늘 내내 그를 포함하여 무대 위의 모두가 '후련하다', '한껏 즐기자' 하는 것이 생생하게 보이고 느껴져 정말 마지막이구나 싶으면서도, 그렇게 한껏 가벼워진 그를 보는 게, 또 이 길고 길었던 모든 걸 한차례 매듭짓고 푹 쉴 그를 상상하는게 (물론 역시나 그는 지금 안 쉬고 있음. 이 워커홀릭 아저씨야, 좀 쉬라고~) 마음이 좋았다.
 
Eden
우리 모두를 우주의 별로 만드는 Eden의 조명이지만, 정말 여긴 순식간에 아레나를 플라네타리움으로 바꾸었다. 나중엔 별이 하나둘 무수히 떨어지며 내려앉는 것 같았네. 아니 본국의 스케일, 새삼 크고 이렇게 본격적이었지, 서울콘은 미니미버전이었지, 새삼 그런 생각을.
 
不思議
그리고 또 한 번 본국의 조명 연출에 감격. 무대를 창살처럼, 혹은 물속에서 저 위로부터 투과되는 빛의 기둥을 올려다보는 것과 같은 수직의 조명연출은 계속하여 보아왔던 것이지만, 이번엔 좀 더 깊이감이 있었다. 무대와 플로어 사이를 다시 몇 겹으로 나누어 빛의 기둥에 겹겹의 레이어가 생겼다. 그걸 보는 게 정말로 황홀해서, 그냥 잠겨있고 싶은 기분이었네. 그리고 이 노래는 확실히 나의 어떤 수도꼭지 밸브 같아서 라이브로 전주가 나오면 자동으로 눈물이 나와 (왜?!).
 
Koi (恋) 와 SUN
즐겁다고 몇 번을 말했다.. 인생을 바꾼 두 곡을 부르겠다며 Koi와 SUN을 부르다니, 이게 무슨 대스타의 위엄인가. 그런 말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세컨드스테이지에 앞서
그리고 세컨드스테이지였다. 처음 좌석을 받아 입장했을 때, 플로어에서 단차가 시작하고 10열이라 너무 가까워 감지덕지였는데, 또 고개를 돌리면 동그란 세컨드스테이지의 측면이 거의 정렬맞춤한 것처럼 바로라 엄청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세컨드스테이지에서 내 가수 옆면 혹은 뒷면 보는게 진짜 최고 좌석아닌가 - 제가 일본 아레나에서 이런 사치를 누려도 되나요. 옆면이라니!!! ('옆모습'이라고 써야지 나야).

파란 남방으로 갈아입은 그가 플로어 왼쪽 입구에서 자전거 위에 앉아 나타났다.
자전거를 타고 회장 가운데 원형 스테이지까지... 너무 귀엽잖아!!!!!!!!!!! 제가 열 줄 위에서 그의 귀여운 머리통과 정수리를 봤습니다!!!!!
 
子供
아까전 일본 전체를 흔들고 본인의 인생도 바뀐 2곡을 엄청난 열기로 부르고, 이제 가운데 작은 원형무대에서 혼자 홀홀히 기타를 메고, 반주 없이 기타와 본인만 남아 1집에 있던 노래를 부른다고... 지난 쿄세라돔 공연 때 그는 5만명 앞에서 노래를 해도 히키가타리를 할 때면 항상 혼자가 된다고 말했고, 그게 기억나며, 또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혼자 울컥하는 사람이 돼... 으헝

이번 추가 공연에서 추가된 셋리였고, 라이브로는 처음 듣는데 역시 좋았다. 아주 쉬운 가사라 몇 번 듣고도 바로 들어오는 곡이었는데 그래서 더욱 찰나의 지연 없이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홍대에서 E언니 울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가 히키가타리를 할 때면 어쩐지 슬쩍 옆의 언니를 살펴보곤했기에 언니가 많이 보고싶었네.

暗闇
회장이 완전이 어두워졌고 오로지 그에 집중하는 좁고 또렷한 조명 세 줄기만 켜졌다. 5만명의 돔이든, 2만명의 아레나든, 3천면의 해외공연장이든, 혼자의 몸과 기타만으로 모두를 숨죽이고 귀기울이게 하는, 그 홀로만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힘이자 능력이다.

세컨드스테이지 MC
노래를 시작하게 한 아즈마 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돌아가신 그를 추모하는 이야기를 했다. 자세히는 못 알아들었지만, 드디어 이 투어를 끝내는 공연에서, 그리고 홀로선 히키가타리 무대에서 자신의 시작점에 있는 은인에 대한 이야기, 오래 슬픈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게 그답다 생각했다. 한편, 그나마 조금이라도 알아들은 건 어제 아즈마 상에 대해 쓴 그의 에세이를 떠듬떠듬 읽었기 때문인데, 마치 시험 전 마지막에 들쳐본 데서 시험문제가 나온 것 같은 짜릿함도 내심 있었다, 분위기엔 맞지 않지만.
 
더운지, 열기가 올라온 것인지, 혹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수건으로 자주 땀을 닦았다.

くせのうた
이 노래가 빠지지 않아 다행이다. 요코하마에 있는동안 허니와클로버 생각을 많이 해서그런가, 아- 혹시 이 노래는 지독한, 습관 같은 짝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는 무대에서 내려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좌측 출입구로 들어간다면 자전거 타고 다가오는 걸 볼 수 있었을텐데 그건 너무 욕심이고, 그는 오지 않은 나머지 절반, 회장의 오른편으로 자전거를 타고 멀어졌다. 그가 자전거를 타고 멀어지는 그의 등짝을 제가 봤습니다!!!!! 
 


Sayonara
발목까지 아주 짙게짙게 잠기는 해무 연출이 미쳤다고. 공연이 절반을 넘기고 있고, 끝나가고 있다는게 문득 느껴져 좀 슬펐다. 영영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고.

나중에 E언니와 이 부분을 포함하여 이야기하길, 겐상이 돈이 많아 좋다고... 그가 하고 싶은 연출 다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연기도 아끼지 말고 빠방하게 뿜고, 킨테도 넉넉하게 뿌리고, 거대한 MAD HOPE도 두 세트나 만들고... 아저씨,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MAD HOPE
어떡하지. 역시 본토의 매드호프는 거의 종교 세레머니다. 사요나라 - 매드호프 - 스타로 이어지는 이 셋리는 언제부터 확정된 줄기일까. 앨범에선 그 순서가 아니면서. 정말로. 하. 겐상만큼이나 즐겁고 후련해보이고, 그 어느 때보다 발랄해보였던 료짱과의 기타 합주도 정말... 보는 내내 그냥 예... 여한이 없었습니다.

Star
지난 스무번 남짓의 공연동안 '너를 계속 기다렸어(君をずっと待ってた) / 여기서 계속 기다렸어(此処でずっと待ってた)'와 '사랑을 겐에(好きを源に)'를 듬뿍 온 몸으로 들어낸 그가 정말 진심으로 두 팔 벌려 '나는 빛났어( 와타시와 카가야이타)'를 외친다면 그 벅찬 심장이 한도초과입니다. 덕분에 우리 모두가 빛이 났습니다.

2
분명 겐상은 서울에서 영지씨와 함께 라이브할 때의 그 흥겨움과 즐거움을 똑똑히 몸에 새기고 노래하고 있었다.

이후 공개된 Memories MV도 그렇고, 나는 정말 아저씨가 음악을 통해 다른 많은 뮤지션들과 함께 놀며, 많이 웃고, 그런 게 진심으로 즐거운 그런 시간들이 앞으로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뮤지션으로서 그는 정말 알아서 잘 살거고 잘 늙어갈 거고 자신의 길을 잘 찾아나가겠지만, 진짜 다양하고 많은 음악하는 친구들로부터 애정과 우정, 그가 좋아하는 이들로부터의 오롯한 화답을 담뿍 받으면 좋겠다. 그건 내가 해줄 수 없는 성질의 사랑이니.

도라에몽
도라에몽 보이스드라마는 이제 거의 다 알아듣겠다 ㅋㅋ 그리고 그만큼 세트리스트에도 익숙해져서, 속절없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공연과 투어가 자꾸만 벌써부터 아쉽고 헛헛해서 더 크게 소리질렀다.
 
Melody
그리고 대망의 멜로디였다. 쿄세라돔 때 처음 공개된 멜로디 라이브. 편곡된 곡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사람들이 난리여서 기대했는데, 정말 그것을 내가 들어버렸고, 정말, 정말... 저도 난리가 나버렸고, 아직도 생생히 활발한 난리입니다. 저는 그 뒤로 ‘다른 것 안 바라고(아님) Melody 라이브 제발 공개해주세요’ 를 심심하면 외치는 사람이 되어버림. 이 아름다운 라이브를 세상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게 해주세요, 하아............. 간주가 흐르고 타케시마 상과 관악 멤버들이 주욱 밀고들어오는 순간을 잊지 못하고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한다. 그 때 쑤욱 빨려들어가던, 홀렸던 감각을 꼭 다시 한 번만 더 겪고 싶다. 진심 요코하마 공연의 딱 한 곡으로만 되돌려보내준다고 하면 - 하, 유레카랑 고민은 할텐데 - 멜로디를 정말 다시 한 번 듣고 싶네요...
그리고 조명 연출까지 정말 아름다웠다. 무대 뒤 커다란 MAD HOPE은 적절한 조명연출의 장이었는데, 정말 이 때만큼 황홀하고 아름답고 귀엽게 색을 달리하여 반짝반짝. 하. 그래요 님이 토끼도 하시고, 멜로디도 하시고, 다 하세요. 너무 사랑스럽네요 정말.

그리고 그는 모든 악기를 사랑하지만, 정말 브라스를 사랑한다. 재즈로 조기 교육 받은 사람이라 어쩔 수 없나 싶지만. 그리고 금관은 그의 '라이브'를 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톡톡히 만든다. 브라스도, 드럼도, 기타도, 베이스도, 그가 너무 사랑해서, 근데 그건 곧 진짜 비전문가인 내가 들어도 너무 빡세보이는 연주여서. 듣는 저는 즐겁다. 그의 노래를 좋아하지만, 그 노래를 '듣기', 듣는다는 행위도 정말 즐겁고 좋아한다.

MC
뭔데, 료짱이랑. 아저씨들이 왜케 신나서 엉덩이를 흔들고 노는데. 하. 웃으니 좋네. 목에 뭐가 들어갔다고 물을 마시는데 쉽게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 불편해보였다.

창조
MAD HOPE 거대한 여섯글자에 들어오는 게임기와 같은 쨍한 조명이 그 때도 즐겁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조명 연출도 더 업그레이드한 것인지? 정말 미쳤네.
 
확실히 '창조'는 편곡이 바뀐 것도 있지만, 처음 나왔을 때와 비교했을 때 나의 호감도가 가장 많이 변한 곡 중 하나일 것이다. 나도 닌텐도 슈퍼마리오 게임을 다시 해보고 싶을정도로. 그러나 나는 또 모든 코인 다 챙겨먹지도 못하고 계속 구덩이에 빠지겠지.

異世界混合大舞踏会
나는 'うらめしや'의 문화적 맥락을 잘 모르지만, 그가 무대를 좌우로 한들거리며 거닐며 꺾은 손목을 까닥까닥 흔들 때 진짜 애들처럼 그걸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 그걸 보는게 좋다.

외계인처럼, 혼령 혹은 요괴, 도깨비처럼, 우리가 넘어온 과거의 죽은 이들처럼, 그걸 돌아보는 미래의 사람처럼, 무튼 현재로부터의 이방인과 같은 시점을 향유할 줄 아는 그가 좋다.

MC + Hello Song
아아 마지막이라고, 물론 진짜 마지막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정말 공연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앵콜에 대한 그의 가이드 - 언제나 와하하 웃게 돼. 그리고 이제 Hello Song은 찐막이 아니게 되었다. ‘웃으며 만나요(笑顔で会いましょう)’ 하고 정말 헤어지는게 아니라 앵콜로 금방 다시 만날 것이 약속된 상태에서, 그러나 진짜 그 어느때처럼 마지막인 것처럼, 진심으로 다시 바라는 것처럼 '웃으며 만나요'를 서로에게 말하게 되었다. 정말, 추가공연 셋리 꾸리시면서 무슨 생각하셨어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Gen' 앨범과 'MAD HOPE' 투어를 처음 기획하실 때부터 정해져있던 건데요. 어느 지점부터 투어를 거치며 정리된 건데요. 그러니까 ‘Hello Song'이 마지막이던 한 시절을 닫는 이 배치는, 언제 결심하신 건데요.
저는 YM+ 토크 라이브에서 나눠주신 이야기로 성에 차지 않습니다. 좀 더 들려주시라구요, 아님 세트리스트 바꿀 때 회의록 같은 거 다음 매거진에 넣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VCRs
아시아투어 때 있었던 니세상 소개 영상이 일본에서도 나왔다. 니세상 때 옆과 뒤, 특히 뒤의 교복입을 나이의 팬들의 환호성이 대단했다 ㅋㅋㅋ

아, 그런데 When did you get into Gen 영상이 언제 나왔더라. 아시아투어 때 있었던 그 영상이 이번에 일본 공연에도 들어왔다. 더 길게!!! BGM이었던 Shower 1, 2절을 모두 아우를만큼 더 길게. 그리고 하, 너무 좋잖아.

제가 지난 3주간 꾸준히, 심심하면 외치는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하나. Mad Hope 처럼 Melody 라이브 영상도 공식계정에 공개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그럼 이번 투어 라이브 블루레이가 좀 늦어지는 것은 이해하며 좀 더 기다려볼 수 있겠습니다.
둘. When did you get into Gen 영상 Full version도 유튜브 공개하고 계정 공식으로 맨 위에 걸어두시면 안되겠습니까.
셋. 히키가타리 앨범 하나만 내주세요.
아, 세가지가 아니라 하나만 더,
넷. 라이브 블루레이 말고 라이브 앨범도 하나 내주세요. 아니 리마스터링/리믹스 모음 앨범을 내셔도 되고요. 흐, 님 그정도 기획 앨범 두 세 편 내실 몸이 되었습니다...
아, 아... 바라는 거 다섯 되기 전에 그만.

FAKE (Nise Akira)
니세상, 이러다 니세 아키라 단독공연 열고 호시노겐이 게스트 출연하게 되는 거 아닌지 싶을 정도로 객석에서의 환호가 엄청났다. 아니 6월에 이정도였었나?!?! 역시 정식 데뷔와 싱글 발매가 이정도로 파워풀한거야?!?!

Nise Akira MC
아시아 투어 때 도시별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들려주며, 마치 아이가 밖에서 듣고 온 칭찬을 엄마한테 자랑하듯 스스로 뿌듯해하며 이야기했다 ㅋㅋㅋ 서울 팬들이 상냥했다며 이야기했는데, 료짱이 니세콜도 엄청나지 않았냐며 빠짐없이 짚어주었다 ㅋㅋㅋ 료짱 그게 좋으셨군요, 다음에 오면 우리가 료짱 콜도 해드릴게. 와주세요. 무대 위 카메라를 보고 리포터 흉내 내는 거 뭔데, 너무 귀엽잖아.
 
Weekend (Nise Akira)
그런데뭐랄까 Hello Song부터 Weekend까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엄청 많이 부르고, 웃고 했던 것 같은데, 진짜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까워져서 정신을 놓았던 것 같음...
 
마지막 MC + Eureka
그리고 마지막, 마지막 발언이 있었던 것이다... 위에 적은. Hello Song과 자리를 바꿔 정말로 마지막 곡이 된 Eureka에선 정말로, 숨을 쉬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숨 쉬는 우리 모두가 대단하다고, 그런 걸 나누었다. 숨을 다시 내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나로 있는 날들이 여기까지 왔다고, 모르는 방향으로 일단 움직이기 시작했던 그 삶이, 이렇게 올 해의 가을이 되는 여기의 이 지점까지 또 지나왔고, 도착했고, 다시 또 계속해서 움직여갈 것이라는 걸,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 하며. 뭐랄까 손을 뻗는다 해도 닿을 수 없지만, 눈빛으로 쓰담쓰담 하는 것 같았다, 우리 서로가 양방향으로.
 
본인의 위치와 권력, 그리고 역할, 절대적인 무게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아니겠지만, 본인이 정말 유일한 빛으로, 주인공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선 언제나 경계하고 유의할 인간이, 정말로 암전이 아니라, 모든 것을 환하게 켜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빛을 떨구며 끝나는 연출을 했다는 점에서 또 운다. 이 사람, 본인에 대해 의심해왔던 것, 자학했던 것들을 한꺼풀 또 벗겨내고, 이겨냈구나 싶고.
 
으허 그리고 객석의 모두에게 빛을 밝히면서 정말로 끝이 났고. 인사를 했다. 감사하다고 90도로 허리를 굽혀. 그리고 한참을 못 일어났다. 파들파들 흔들리는 어깨를 보면서, 아 이 사람 지금 고개 숙여 울고 있구나 싶어서 더 무슨 말을 할 수 없었고, 다같이 울었다. 한참을 있다 일어나서 빨개진 눈으로, 안 운 것처럼 힘주어 활짝 웃으며 밝고 밝게 브이(V)를 그리면, 하... 그 순간으 모르는 척 해드릴게요, 그런데 우리 다 봤고, 우리 다 같이 울었다, 이 사람아.
 
Why
한참을 인사하고 인사하고, 자축하고, 위로하며 정말정말 끝나갈 때 배경음악은 Why 였다. 서울 공연 땐 이 퇴장 BGM이 Melody 였는데, 팬들이 미리 가사를 외워 무반주로 부르자 했던 터였고 그걸 겐상이 들었었던 적 있다. 각 나라마다 관람 문화와 분위기라는게 있고 나는 꼭 한국의 떼창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왠지 이 때만은 정말로, 다같이 무반주 떼창을 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이 감정을 발산하기 위한 소리를 내고 싶기도 했고, 이 시점에 "사라져가는데 어째서(消えてゆくのに なぜ) / 그저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을 늘리는 걸까(ただ 忘れたくない思い出を 増やすのだろう)"라는 정말 아름다운 이 노래 가사를, 그 답이 바로 이 시공간이었다고, 사람들이 여러 목소리를 모아 그에게 들려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고.
 
후련했다, 무언가 쑤욱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그래서 엉엉도 아니고, 흐엉... 허엉... 하고 제대로 소리도 못내고 가슴을 팡팡 치면서 이상한 신음으로 다같이 울었다. 후련하신가요. 고생하셨습니다.
 

 


 
한참을 가라앉는다고 해도, 내가 다시 내 밑바닥에 닿았다고 해도 열어제낄 수 있는 문, 무려 호시노겐이 있는 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게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그게 정말로 든든했다. 명치 즈음에 무언가 단열장치가 잘 된 창문이 달린 것 같았다, 그 즈음이 묵직했다. 그리고 어떤 고독은, 어떤 외로움은 남겨지고 버려지고 뒤쳐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는 내가 선택하여 침잠하는 것, 다른 방향으로 다녀오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어떤 해방감이 있었다. 무섭고 두려웠던 것으로부터 의연해질 수 있게 된 기분. 설사 약효가 얼마 가지 않는다해도, 결코 느껴볼 거라 생각 못했던 단단함을 경험했으니 그 기억으로 또 해보면 되니까. 삶의 단서들을 얻었다.
 
아, 끝났다. 이 글은 어떻게 끝내지.
 
아, 잘 놀았다. 감사합니다.
 

ただ地獄を進む者が 悲しい記憶に勝つ
그저 지옥을 나아가는 자만이 슬픈 기억을 이겨내
作り物だ世界は 目の前を染めて広がる
가짜 세계는 눈 앞을 물들이며 펼쳐져
動けない場所から君を 同じ地獄で待つ
움직일 수 없는 곳에서 너를 같은 지옥에서 기다릴게
同じ地獄で待つ
같은 지옥에서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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