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첫 해외 여행. 계획에도 없던 여행을 어쩌다보니 약 1.5주만에 호다닥 준비해서 다녀오게되었다. 추석연휴 맞이 국제공항 이용객이 역대급일 것이라는 숱한 뉴스에 눈을 질끈 감고 일단 비행기 표를 검색. 일본 왕복 1인 비행기가 70만원 이상이며 후쿠오카까지 무려 환승을 하는 티켓만 검색되는 가운데, 30-40만원대 직항으로 다녀올 수 있는 일본은 시고쿠의 다카마쓰, 큐슈의 구마모토. 조금 더 검색해보니 다카마쓰에서 우동 먹고 뒹굴거리다 꽤 괜찮다는 바에도 가고 나오시마섬을 슬렁슬렁 둘러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았지만, 아소산 사진들에 홀려 "그래 역시 오랜만의 첫 여행은 화산이지!" 하며 구마모토로 땅땅.
팬데믹 시기 국내여행도 꽤 잘 다녔는데, 여행이란게 이렇게 설레고 들뜨는 일이었는지. 급하게 준비하는 여행이라는 핑계로 회사에서조차 대놓고 손에 일을 붙들지 않고 온통 여행 생각 뿐이었다. 마치 여행 다녀오고나선 출근 안 할 사람처럼. 출국 전까지 우당탕탕거리며 새벽 4시 기상, 아침 8시 조금 너머의 비행기로 출발했다.
1시간 10분 남짓한 비행은 정말 뜨자마자 내린다. 골프여행을 많이 오는 지역이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일본에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그간 다녀본 일본 입국심사대 중 가장 평균 연령이 높은 느낌.
2016년 대지진 이후 새로 터미널을 오픈한 아소-구마모토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그리고 이 때 깨달았다. 대중교통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 티겟 발권기에서 나는 소리. 탈 것이 들어오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음. 승차와 정차를 알리는 외국어 음성. 이런 '소리'가 외국에 나왔음을 가장 실감나게 하는 것이며, 다시 돌아가 언젠가의 일상에서 순식간에 여행지의 기억을 되살릴 강력한 버튼인 것을.
단군할아버지 부동산 사기 당하셨다는 거의 완벽한 찰나의 가을날을 한국에 두고 떠나와서인지, 다시 시작한 여름이 뜨겁고 더웠다. 호텔 로비 테라스에서 구마모토 성이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곧장 나와 트램을 타고 점심 먹으러.
트램을 3번 이상 탈 것 같아 1일권을 구매했는데 기사 아저씨가 준 티켓 패스에 오늘 날짜에 해당하는 칸을 동전으로 긁어서 이용하면 된다. 동전 긁기라니 너무 옛날 감성이라 웃음이 쿡쿡.
첫 끼는 소바-! 내일도 올 신스이젠지 역에서 조금 걸어 도착. 반려인은 메밀 도정 비율이 다른 2색 메밀, 나는 새우, 고구마, 호박 튀김이 나오는 세트. 그런데 튀김이 와 정말 맛있었다. '어서와 구마모토의 식재료의 수준을 맛봐.' 하는 느낌으로 새우는 어쩜 그렇게 달고 고소하며, 고구마의 신선한 단 맛이 이런 거였나 싶고. 메밀을 다 먹고 나니 쯔유에 면수를 부어 뜨거운 차처럼 먹으라며 안내해줬는데 이게 또 진짜 별미였다.
Gluck Coffee 라는 곳에서 원두를 선택한 드립커피를 마시고 스이젠지 조주엔으로.
이 정도의 정원이라니 번주가 스님을 사랑한 게 틀림없다 - 하며 다녔다. (지난 달 '오오쿠' 정주행한 사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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